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09년 이후 5년 만에 공기업에 대한 현장 직권조사에 돌입한다. 특히 공기업뿐만 아닌 민영화된 옛 공기업 중 KT·포스코 등도 주요 감시 대상에 포함됐다.

공정위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4년 업무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업무보고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해 상반기 공기업 거래업체를 대상으로 서면실태조사를 진행하고 하반기에는 불공정 혐의가 짙은 공기업을 상대로 현장 직권조사가 이뤄진다.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는 지난 2008~2009년에 한국전력공사와 일부 지방공기업을 대상으로 칼날이 정조준된 바 있다.

중점 감시 대상은 관로·통신망과 같은 필수설비 인프라를 갖춘 공기업이나 민영화된 기간시설 사업자가 해당 설비를 활용해 부가적인 서비스 시장까지 독점하는 행위다.

자회사에 구매물량을 몰아주거나 부당지원하는 등 민간 경쟁업체의 기회를 제한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또 퇴직임원이 설립한 회사를 거래단계 중간에 끼워 넣는 이른바 ‘통행세’ 관행과 공사대금 조정을 거부하는 행위 등도 집중 대상이다.

아울러 부채감축 등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 추진과정에서 비용절감 부담을 중소기업에 떠넘기는 행위도 엄중 제재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에는 공기업뿐만 아닌 민영화된 공기업 중 KT·포스코 등도 포함될 예정이다. 공정위 따르면 한국전력공사, LH,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농협, 포스코, KT 등 7개 공기업집단(민영화 공기업 포함)의 계열사 수는 지난 2009년 107개에서 151개로 늘었다.

이는 자회사를 늘려 부당거래를 하는 행태가 총수가 있는 재벌 집단의 양상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신영선 경쟁정책국장은 “공기업 개혁에서 부채를 감축하고 방만경영을 해소할 것”이라며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엄중 처벌하고 처벌 수위는 해당 사건마다 위법 정도에 따라 경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국장은 이어 “지난해 총수가 있는 민간 대기업 집단을 주로 점검했다”면서 “올해는 공기업(KT·포스코 등)과 총수없는 민간기업 집단의 행태도 살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공정위는 △혁신 친화적 시장환경 조성 △민생분야 법집행 강화 △경제민주화 체감 성과 구현 △경쟁법 글로벌화 대응 등을 올해 5대 중점과제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