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국제 신용평가사가 국내 주요 대기업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강등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셀 코리아(Sell Korea)'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와 동부증권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등급을 매긴 한국 기업 중에서 현재 A등급 업체 수는 3개로 2011년 말(7개)보다 4개 줄었다. 같은 기간 Baa등급을 받은 기업은 9개에서 13개로 늘어나 전체적으로 등급이 하향 평준화했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하향 조정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4일 무디스는 KT의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로 한 단계 낮췄으며 LG전자와 GS칼텍스의 신용등급도 각각 Baa3로 한 단계씩 내렸다. 피치는 지난해 말 POSCO의 신용등급을 BBB로 기존보다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강등 이유로 수익성 저하를 꼽았다.

KT의 경우 무선시장에서의 경쟁 과열, 유선분야에서의 매출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수익성을 회복해 A3 등급 기준에 들어맞기가 당분간 어렵다는 것이 강등의 이유였다.

다른 기업들도 업황 불황 등에 따라 기존 등급에 충족할 만한 수익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이 등급 하락의 배경이다.

이에 반해 국내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강등은 없었다. 국내외 신용평가사 간 인수합병(M&A)이나 재무구조,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제 신용등급 강등이 외국인 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실제 외국인투자자는 LG전자의 등급이 내려간 다음 날인 7일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LG전자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외국인은 LG전자의 등급 강등 이후 5거래일 중 나흘간 주식을 내다 팔았다.

외국인은 KT 주식도 등급 강등 이후 총 144억6000만원어치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우량등급 기업이라도 실적 부진으로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악화하면 회사채 금리가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AA등급 내 기업 중에선 그동안 건설과 조선 업종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았으나 지난해 4분기 저조한 실적을 낸 정유, 화학, 정보기술(IT)부품 업체들의 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