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불거진 관치금융의 병폐
2014-02-16 09:00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금융권에서 불미스런 사건ㆍ사고들이 끊이지 않자 관치금융의 병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관치는 국내 금융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으며, 보통 정권이 바뀔 때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교체되면서 낙하산 인사 등이 논란이 되곤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금융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맞물려 관치금융을 철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민은행에서 경영진 퇴진을 주장하는 새로운 강성 노동조합이 출범하면서 관치금융 논란이 또 한 차례 불거질 전망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보유출 사건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원인이 관치금융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그동안 정보유출 사건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기 때문에 같은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금융사에 대한 징계가 약한 원인으로 금융권에 만연한 관치금융 및 낙하산 인사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국내 금융권에 낙하산 인사가 만연해 있다보니 대형 사고가 터져도 금융당국의 처벌은 솜방이이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징벌적손해배상 제도 등을 도입해 금융사의 부정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조 대표의 견해다. 금융당국이 정보유출 사건에 따른 국민들의 불안감을 진정시키기 위해 긴급히 내놓은 대책도 또 다른 형태의 관치란 비판을 받았다.
대표적인 게 금융사의 텔레마케팅(TM) 영업 금지 조치이다. TM영업 금지로 애꿎은 텔레마케터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게되자 금융권은 물론이고 정치권과 시만단체들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원들은 "TM 영업 중단은 법적인 근거도 없는 폭력적인 관치금융"이라고 주장했다. 이들도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한 피해를 막기 위해 징벌적손해배상 제도와 집단소송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 새로 출범한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경영진 퇴진 및 관치금융 철퇴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금융권에 또 한 차례 관치금융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그동안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장기간에 걸친 독점적 지위와 권한 행사로 기득권에 안주했고, 결과적으로 노조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며 "결국 회장, 행장 선임 등과 관련해 관치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진 도쿄 지점 부당대출, KB국민카드 개인정보 유출 등 KB금융그룹의 문제들이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됐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앞으로 노조는 회장, 행장 등 경영진 퇴진운동을 벌이는 등 관치금융 철퇴에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