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윤진숙 해수부 장관 전격 경질(종합)

2014-02-06 19:25
박 대통령, 정 총리로부터 해임건의 받고 곧바로 결정…업무 관련 '경질 1호'



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여수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 등으로 논란을 빚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저녁 7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잠시전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정홍원 국무총리의 해임 건의를 받고 해임 조치했다”라고 밝혔다.

이는 정 총리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해임 건의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에 대해 사실 깊이 고민 중이며, 깊이 고민해서 오늘 중으로 결론을 내겠다"고 언급한 지 불과 2시간 여 만이다.

정 총리는 해임건의를 요구한 여당 의원의 질의에 "대통령께서 얼마 전에 유사 사례로 경고를 했음에도 그런 언행이 있었다는 데 대해 저도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정 총리가 대정부질문이 끝난 뒤 총리 공관에서 윤 장관을 만나 해임 건의 방침을 결정한 걸로 알고 있다"며 "이어 대통령에게 전화로 해임을 건의했고, 대통령은 전화를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해임을 결정한 걸로 안다"고 전했다.
 
윤 장관은 이날 오후 4시 30분 해수부 대회의실에서 공공기관장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으나 회의 시작 약 20분 전에 청사를 떠났다. 대신 손재학 차관이 회의에 참석했다.

윤 장관은 5일 당정협의에서 기름유출 사고에 대해 "GS칼텍스가 1차 피해자이고 어민이 2차 피해자"라고 말해 여당 의원들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았다.

여수시 낙포동 원유2부두에서 유조선 우이산호가 접안하려다 정유사인 GS칼텍스 소유 송유관 3개를 파손하면서 배관 내부의 기름이 바다로 유출된 이번 사고의 1차 피해자로 GS칼텍스를, 2차 피해자로 어민을 지목한 것이다.

답변 과정에서 웃음을 보여 "지금 웃음이 나옵니까", "자꾸 웃지 말고 이야기하세요"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윤 장관은 앞서 사고현장 방문에서 코를 막은 것과 관련해 "독감으로 인한 기침 때문이었다"는 해명과 "나프타가 유출돼 유독 냄새가 많이 나 심각하게 보일 뿐이다"라는 언급 등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로써 윤 장관은 자진사퇴한 진영 보건복지부 전 장관에 이어 두번째로 물러나는 '박근혜정부 장관 2호'가 됐다. 

진 전 장관은 기초연금 공약후퇴와 관련, 청와대와의 갈등을 이유로 자신사퇴 의사를 밝힌 뒤 수 차례 사표가 반려된 끝에 대통령이 수용했다는 점에서 업무과정에서의 책임으로 경질된 각료는 윤 장관이 처음이다. 

윤 장관의 경질로 박근혜정부에서 여성 장관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한 명만 남게 됐다.
 
한편, 정 총리의 이날 윤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는 역대 두번째다. 앞서 지난 2003년 10월 고건 전 총리가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었던 최낙정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해임 건의를 한 바 있다. 당시 최 전 장관은 취임 14일만에 낙마했다. 공교롭게도 두 차례의 해임건의 대상이 모두 해양수산부 장관이며, 건의사유도 ‘부적절한 발언’으로 같다.

최 전 장관은 당시 태풍 ‘매미’ 북상중 노 전 대통령의 뮤지컬 관람에 대해 “왜 우리는 대통령이 태풍때 오페라를 보면 안되는 이런 나라에서 살아야 하는가”라며 옹호발언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을 비롯해 교사 비하 발언까지 겹치며 낙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