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중국 굴삭기 사업 쉽지 않네…반토막 수준”
2014-02-06 16:01
전문 경영인 체제 출범 1년 앞두고 있으나 현지 점유율 반토막, 회복 기미 안보여
지난 4월 박용만 두산 회장이 그룹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사의를 밝힌 뒤 김용성·이오규 공동 대표체제로 2013년을 보낸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연간실적은 7조7370억원, 영업이익 3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5.2% 줄어들고 영업이익은 2.0% 늘어났으나 순손실 1020억원으로 적자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밥캣(DII) 실적이 양호해 전사 차원의 실적은 선방에 가깝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회사 해외사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중국 건설장비 사업, 이 가운데에서도 주력인 굴삭기 사업의 실적 둔화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중국공정기계협회에 따르면 2011년 17만2000대로 정점을 찍었던 중국 굴삭기 시장은 곧바로 이어진 경기 둔화로 인해 2012년 10만8000대에 이어 지난난해에는 10만5000대로 2년 연속 정체가 지속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업체간 경쟁이 치열했는데, 점유율 경쟁에 있어 한국업체들은 로컬업체와 일본 업체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2006년 중국 굴삭기 점유율은 18.9%로 1위를 기록했다. 이후 점유율은 계속 낮아지더니 지난해 4분기에는 7.3%로 절반 이상 내려앉았고 순위도 7위까지 내려앉았다. 현대중공업도 같은 기간 17.7%에서 5.8%로 급감했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에게 점유율 하락의 상처가 더 큰 이유는 현대중공업은 건설장비가 다양한 사업군 중 하나인 데 반해 두산인프라코어는 주력사업이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시장 수성에 가장 큰 위협은 로컬 업체의 약진이다. 중국 1위 건설장비 업체인 싼이(Sany)는 현지 소비자들의 자국 제품 구매 욕구와 함께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기술개발 노력을 통해 오히려 해외 경쟁사들보다 품질 면에서 뛰어다나는 평가를 받으면서 2006년 1.2%에 불과하던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4분기 12.5%까지 10배 가까이 뛰어오르며 1위로 도약했다.
중·일간 외교 분쟁이 지속되면서 중국인들의 일본상품 구매거부 움직임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지만 건설장비 부문에서는 이러한 분위기를 엔저 현상으로 씻어내린 듯한 분위기다. 고마쓰와 히타치, 코벨코 등의 일본 업체들의 지난해 4분기 점유율은 각각 8.1%와 8.1%, 9.9%로 두산인프라코어보다 높다. 8~9%대로 점유율 변화가 거의 없는 미국 캐터필라와 한국 창원공장을 모태로 하는 스웨덴 볼보 조차도 2006년 3.7%에서 2013년 4분기 6.1%로 점유율이 상승한 것을 놓고 볼 때 두산인프라코어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고 볼 수 있다.
굴삭기의 부진으로 두산인프라코어 건설기계 사업 매출에서 중국(DICC 법인) 비중은 2011년 1.74%에서 지난해 0.90%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회사 전체 매출에서 중국사업 비중도 2010년 31.0%에서 지난해 11.6%로 반토막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연하게도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사업의 약세는 전문경영인체제가 출범하면서 눈에 띄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서게 만든 요인이 됐던 할부판매 제도 도입과 실시간 A/S 망 구축 등의 장점이 희석됐고, 가격 대비 성능비를 높인 ‘엔트리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했으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기대이하다.
한마디로 ‘답’이 없는 상황이라 당분간 두산인프라코어의 고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용성·이오규 대표가 특단의 결정을 내리지 않는 이상 이 상황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건설장비 업계 관계자는 “품질에서 로컬업체에 발목을 잡혔고, 브랜드 인지도는 해외업체와 큰 차별화가 없다보니 두산인프라코어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 같다”면서 “자칫 올해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는 중국 시장 흐름에서 두산인프라코어만 외면 당할 수 있으니 중국 고객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혁신적인 전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