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회장 '광폭 행보'…이석채와 '달라도 너무 달라'
2014-02-06 15:42
황창규 KT회장, 하나부터 열까지 이석채와 다른 길
◆용병술, 황창규 “우리 모두” VS 이석채 “우리끼리”
황 회장은 취임 열흘만에 탈통신을 외치며 문어발 그룹으로 성장한 KT에 적합한 수장이라는 칭호를 얻고 있다.
이 전 회장 시절에는 계열사 대표를 KT 본사로 다시 중용하는 사례가 없었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아도 KT안팎으로 한번 계열사로 가면 그길로 끝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를 두고 이 전 회장의 경영 방식이 그룹에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말도 돌았다. 그룹과 계열사가 상하 단층적인 구조를 형성해 융화가 어렵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황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계열사도 잘하면 본사로 수직 상승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직원들의 사기가 오를 수 밖에 없다. 다만 취임 직후의 이벤트 성 인사인지 아닌지는 두고 볼 일 이다.
황 회장은 편한 길을 두고 스스로 개척해가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는 삼성전자 입사 전 인텔에서 2년간 컨설팅을 맡았다. 이전에 삼성 측으로부터 임원으로 오라는 제의를 받았지만 그의 선택은 수석부장 입사였다. 그는 삼성전자 사장 시절 이에 대해 “나의 미션이 5~10년 뒤 미래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었기 때문”이라며 “복잡한 생각 없이 연구개발을 위해서는 실험실을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그가 삼성에서 임원이 되는데 꼬박 3년이 더 걸렸다.
이 전 회장의 경우와는 다르다. 2002년 KT 민영화 이후 첫 관료 출신 수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 전 회장은 행시 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농림수산부 차관, 재정경제원 차관, 정보통신부 장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등 요직을 거쳤고 이명박 정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여러 정부부처를 거쳤지만 공직이라는 큰 틀을 떠나지 않고 승승장구한 그는 정착형으로 구분된다.
◆실속형 ‘황창규’ VS 쇼맨십 ‘이석채’
두 사람은 선호하는 성향도 대별된다. 황 회장이 겉치레보다 실속을 중시하는 반면 이 전 회장은 쇼맨십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스타일의 차이는 취임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취임 당시 전임자가 검찰 수사로 어수선한 시기에 수장에 올랐다는 점만 유사했다.
황 회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우면동 연구개발센터에서 임시주주총회에서 회장에 선임된 후 별도 취임식 없이 양재동 이노베이션 센터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현장경영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이 전 회장은 2009년 KT지휘봉을 잡으며 취임 연설을 자사 IPTV를 통해 전국의 사업장에 생중계로 내보냈다. 이 전 회장은 직접 전면에 나서 진두지휘하고 널리 알려지는 모습을 중시했다. 수년간 이 전 회장을 가까이서 지켜본 한 관계자는 2010년 애플 아이패드가 KT를 통해 국내에 첫 선을 보였을 당시 일화를 털어놨다. 그는 “이 전 회장이 연단에 오르면 아이패드를 갖고 페이지를 수십 장을 넘기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사실 연설 내용은 하나도 담겨있지 않았다”며 “그 정도로 쇼맨십이 강했던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황창규 ‘Back to the 통신’ VS 이석채 ‘Out of 통신’
먹을거리 사업에 대한 '영점조준'도 차이를 보인다. 황 회장은 이동통신사업 경쟁력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멀리 떠나있던 KT출신 전문가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대표적인 예가 현장 전문가인 임헌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를 KT 커스터머 부문장으로 영입한 것이다. KT 측은 “내부 경험이 풍부하면서도 신망이 높은 통신전문가를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KT-KTF 합병, 아이폰 국내 도입 등 통신 사업부문에서 성과를 남겼지만 비씨카드와 KT금호렌터카 인수 같은 비통신영역에 더 중점을 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경영 방식과 맞물려 통신 비전문가들이 대거 영입되면서 KT의 통신경쟁력이 약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