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뜻하지 않은 유딩주의보

2014-02-05 14:23

'겨울왕국' 포스터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친척이랑 '겨울왕국'을 봤는데 극장 안의 대다수가 유딩, 초딩이더라. 영화가 잔잔해지면 큰소리로 떠들고 어수선해서 짜증났다"(@Harim_r--), "'겨울왕국' 보려는데 유딩이 많아서 시끄럽다고 하더라고요"(@smins15--), "영화 보러 왔는데 내 옆에 유딩만 4명... 부모들은 어디 간거야?"(@mumu3--)

개봉 3주 만에 620만 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이 넘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은 애니메이션 '겨울왕국'(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이 뜻하지 않은 유딩(유치원생을 뜻하는 신조어)주의보에 휩싸였다.

'겨울왕국'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성인 관객 중 대부분은 너무 많은 유치원생 때문에 영화를 보기가 힘들 정도라고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상대적으로 집중력이 약한 유치원생들은 '겨울왕국'의 러닝타임(108분) 동안 자리를 이동하거나 큰 소리로 떠드는 등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기 일쑤다. 때문에 자녀를 동반한 부모 관객이나 유치원 단체 관람 등 어린이들이 대거 몰리는 시간대의 영화를 선택한 일반 관객의 불만이 쇄도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단체 관람을 온 영어 유치원생들이 더빙이 아닌 자막 버전을 선택하면서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겨울왕국'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2030 청년층의 분포도는 50%가 넘는다. 주로 어린이 관객층을 타겟으로 마케팅을 펼쳤던 다른 애니메이션과는 다르게 전 연령을 상대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탓이다. 영화 배급사는 성인 관객을 중심으로 타기 시작한 입소문은 흥행과 직결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우리나라 3대 멀티플렉스(롯데시네마, CGV, 메가박스)는 현재 어린이 전용관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자 하는 엄마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유치원생들로 생기는 일반 관객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다.

롯데시네마 측의 관계자는 "'겨울왕국'을 향한 성인 관객의 관심이 높다. 상영관의 반은 어린이 반은 성인이다. 다소 산만한 영유아 관객들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성인 관객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12년 9월부터 '엄마랑 아가랑'이라는 시스템을 운영 중인데, 그 시간에도 불편을 감수하고 영화를 보겠다고 하는 관객들에게는 할인의 혜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CGV 측의 관계자는 "하계관에는 씨네키즈관이 마련되어 있다. 관람에 연령 제한은 없지만 엄마와 아기가 함께 볼 수 있는 특별 관이다. 콘텐츠에 따라서 상영관 입장 연령을 제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