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평범한 동화이길 거부하는 <겨울왕국>, 그리고 숨겨진 선물…
2014-01-15 11:04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아름답고 연약한 공주.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악의 구렁텅이에서 공주를 구하는 용감무쌍한 왕자. “그리고 둘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해피엔딩. 그동안 수없이 들어 왔던 동화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했다면 <겨울 왕국>(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제작 월트디즈니)을 봐야 할 이유는 적다.
<겨울 왕국>은 세 가지 점에서 수많은 동화와 다른 길을 간다. 공주는 연약함의 상징이 아니다. 안나는 언니 엘사를 구하기 위해, 또 꽁꽁 얼어버린 아렌델 왕국에 여름을 되찾기 위해 어떠한 위험도 불사한다. 그 곁을 지키는 것은 백마 탄 왕자가 아니라 냄새나고 수더분한 얼음장수 크리스토프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죽을 위기에 처한 공주를 살리는 것은 지겹도록 봐온 왕자의 키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의 주인공은 아렌델 왕국의 공주 자매다. 차가워 보이는 언니 엘사는 손에 닿는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자신의 힘을 숨기기 위해 세상을 등진다. 이 사실을 모르는 천방지축 말괄량이 동생 안나는 냉랭한 언니가 야속하기만 하다.
익숙지 않은 요소들이 왕왕 있지만, 우리의 예상에 꼭 들어맞는 것도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시크니처인 수려한 영상과 현대적 뮤지컬 넘버가 그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곡은 안렌델 왕국을 벗어난 엘사가 자신의 얼음궁전을 지으며 부르는 ‘렛 잇 고(Let it go)’. 고독하고 외롭지만, 자신을 억눌러야 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는 엘사의 노래는 시린 만큼 아름다운 얼음궁전이 솟아오르는 장면과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디즈니는 ‘두 유 원 투 빌드 어 스노우맨?(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 ‘포 더 퍼스트 타임 인 포에버(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등을 보태며 자사 뮤지컬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나 <미녀와 야수>의 명성에 도전한다.
<겨울왕국> 시작 전 기대하지 않은 선물처럼 상영되는 단편 애니메이션은 그야말로 선물이다. 단편 <말을 잡아라>에서는 86세가 된 흑백의 미키마우스가 현대의 산물인 3D와 조우한다. 월트디즈니의 역사라 할 수 있는 캐릭터가 21세기의 기술과 만나 탄생된 새로운 질감의 미키마우스를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통해 6분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