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맏형’ 서청원-‘친이 좌장’ 이재오, ‘개헌론’ 놓고 정면충돌 (종합)

2014-01-08 17:24

“경제살리기 우선” vs “대통령 공약 지켜야”
중진회의서 공개설전…계파갈등 신호탄 분석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과 이재오 의원이 8일 개헌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두 사람은 7선과 5선의 당내 중진이면서 친박(친박근혜), 친이(친이명박) 등 각 계파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계파갈등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포문은 친이계 좌장이자, 이명박 정부부터 ‘개헌 전도사’를 자처해 온 이 의원은 먼저 열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 “정부 입장에서 새해 화두는 경제지만 당의 입장에서는 정치개혁으로, 이는 박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라며 “돈 드는 공약은 안 해도 국민이 이해하지만 돈 안 드는 공약까지 지키지 않으면 정당 불신을 가져온다”고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어 “새해 화두가 정부 입장에서는 경제가 맞는데 당의 입장에서는 정치개혁”이라며 개헌 필요성을 제기한 뒤, “집권 1년차에 개혁을 해야 하는데 지난 1년간 그러지 못했고, 2년차에 정치개혁을 하지 않으면 정권 5년 간 하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헌이 왜 필요하냐, 예측 가능한 정치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여론조사에서 75%가 개헌해야 한다고 답한다. 대다수 국민의 의견에 따라가는 게 소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대통령께서 개헌은 블랙홀이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해는 간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개헌 논의 주체들의 제어능력에 따라 블랙홀이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은 조속히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개헌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친박계 맏형격인 서 의원은 잠시 후 “지금은 개헌보다는 국민이 먹고사는 경제를 살리는데 우선 과제를 둬야 한다”며 이 의원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특히 그는 이 의원이 이명박 정부의 실세였던 점을 겨냥, “이명박 정권 때도 개헌하겠다고 해서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 산하에 개헌특위를 만들었고 이 의원은 그때 정권의 2인자라고 모든 언론이 얘기했고, 그만큼 힘이 있었다. 그런데 추진을 못했다”고 꼬집었다.

서 의원은 이 의원의 발언 도중에도 혼잣말로 “무슨 개헌이냐”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서 의원은 “우리가 팔을 걷어붙이고 도울 때 박근혜 정부가 온전히 걸어갈 수 있고, 이것을 못하면 지방선거에서 뿐 아니라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상황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새해에 당이 단합하고 화합해서 박근혜 정부의 2년차 국정목표를 달성하는데 앞장서자고 하는 말씀을 간곡히 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블랙홀’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안팎의 개헌 요구는 거세지고 있다.

범야권 정치원로와 시민사회 인사 등이 참여한 범국민운동체인 ‘민주와 평화를 위한 국민동행(국민동행)’은 이날 여의도 국회 앞 삼보호정빌딩에서 사무실 개소식과 현판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상임공동대표인 김덕룡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 신필균 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 인명진 목사 등은 이 자리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할 헌법개정 운동도 국민과 정치권에 제안을 드린다”고 밝혔다.

신년사에서 이미 개헌 의지를 언급한 강창희 국회의장은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다음날인 7일 “임기 내(5월 말)에 개헌자문위원회를 만들어 이상적인 개헌안을 도출하고 여야 합의하에 운영될 개헌특위에서 참고해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의장은 이달 중순께로 예정된 의장직속의 헌법개정자문위원회 발족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사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