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금공 대신 부산가라니…수협銀 부산 이전 논란
2014-01-06 16:42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통합 산업은행 출범의 볼모이자, 선박금융공사 설립 무산의 희생양으로 전락한 수협은행 임직원들의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수협은행의 부산 이전은 수협은행 자체 보다는 통합 산은 출범을 위한 궁여지책에 가까워 실질적인 이전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와 국회 정무위원회는 수협중앙회에서 신용, 경제부문을 분리해 수협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김정훈 정무위원장을 비롯한 부산 지역구 소속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선박금융공사 설립 무산에 반발하며 정금공의 부산 이전을 주장하자 수협은행을 일종의 대타로 지목한 것이다.
현재 이전 논의가 진행 중인 수협중앙회의 사업부문은 금융부문으로 알려졌으나, 중앙회 내부의 공식 사업부문 분류체계상 금융부문은 없다.
수협은행은 이번 논의에 따라 본거지가 바뀌는 중요한 기로에 놓였지만, 정작 논의 당사자에서 빠져 있는 상태다.
정책금융 개편안과 수협은행 부산 이전 사이의 연관성은 정책금융 개편 주무 부서인 금융위 산업금융과가 수협은행 부산 이전안을 검토하고 있는 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실무 담당자인 김정각 산업금융과 과장은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에 책임을 떠밀며 구체적인 답변을 꺼렸다.
김 과장은 “수협은행 부산 이전에 대한 업무는 기재부와 해수부에서 맡고 있고, 금융위는 참여를 할 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금융위는 지난해 8월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 발표 이후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김정훈 위원장은 지난 3일 ‘2014년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금융위가 수협은행 부산 이전 논의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당시 “금융위에서 수협 금융부문의 부산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21일 부산에 내려와 선박금융공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만큼 1월 이내에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융위가 신경분리 이후 수협은행의 발전 방안에 대한 고민 없이 부산 이전을 몰아붙이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영업망이 집중된 수협은행의 특성상 부산 이전 시 영업적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지점, 출장소 등 수협은행 영업점 118개 중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소재 영업점은 81(69%)곳에 달한다.
특히 현재 본점 소재지인 서울에는 지점 56개, 출장소 1개 등 57개(48%)의 영업점이 들어서 있다.
반면 부산에 위치한 영업점은 지점 9개, 출장소 2개 등 11개(9%)에 불과하며, 인근 지방자치단체인 경남을 합치더라도 14개(12%)가 고작이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신경분리는 새로운 은행 건전성 규제인 바젤III 도입 때문에 불가피한 문제지만, 부산 이전은 아직까지 금융위에서 공식 제안을 받거나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지 않아 직원들 사이에 큰 동요는 없다”면서도 “부산 이전 관련 논의 결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