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인터뷰] 임정은에게 '루비반지'는 특별하다

2014-01-06 15:53

'루비반지' 임정은[사진=이형석 기자]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또 한 편의 작품이 추가됐다. 찬찬히 쌓여가는 필모그라피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이 배우, 내공이 참 깊겠구나'. 최근 종영한 KBS2 일일드라마 '루비반지'(극본 황순영·연출 전산)에서 정루비와 정루나를 오가며 열연을 펼친 임정은 말이다.

임정은에게 '루비반지'는 특별하다. 2012년 드라마 '적도의 남자' 이후 약 1년간 공백기가 있었던 임정은에게 '루비반지'는 뿌듯한 기운을 남겼다. 기분 좋은 종영, 또 하나의 작품을 필모에 입혔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벅차하는 임정은. 때문일까. 그는 마지막 촬영 다음날 가뿐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루비반지'는 먼저 파격적인 소재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쌍둥이 언니의 얼굴로 살아가는 동생의 이야기를 그렸기 때문이다. 임정은은 페이스오프라는 소재때문에 출연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터지만 에이스 스태프로 꾸며진 '루비반지', 막강 캐스팅을 자랑하는 '루비반지'를 포기할 수 없었다.

시청자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었다. 착한 역할이나 악한 역할이나 힘들긴 매한가지인 거고, 착한 루비와 악한 루나를 오가며 시청자들을 공감시키는 게 임정은에게 주어진 임무이자 특명이였다.
 

'루비반지' 임정은[사진=이형석 기자]

"소연 씨가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불의의 사고로 언니와 동생의 얼굴이 뒤바뀌다니.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을 법한 일이다. 임정은 역시 이 특이하고 괴이한 사건을 실제로 받아드리고 연기해야 함에 있어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해할 수 있었던 건 단 하나. 드라마니까.

"왜 언니의 삶을 뺏어가요? 하하. 말이 안 되죠. 근데, 드라마니까요.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도 저는 루비를 연기했잖아요. 그래서 공감은 조금 더 컸어요. 루나를 맡았더라면 더 이해하기 힘들었겠죠."

이해 안 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다. 몇 작품을 거쳐오면서 '이해'와 '흡수'의 방법을 배웠다지만 '루비반지' 만큼 어려웠던 작품도 없었단다. 던져진 용서라는 화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연기했던 '루비반지'.

"바꿔 생각하면 소연 씨는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욕심 많고, 질투심 많고..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해야 연기도 잘할 수 있는 거니까요. 아마 정말 힘들었을 거에요."

브라운관 안에서 지독하게 증오하고 미워했던 이소연과 임정은. 감정 소모가 많았기 때문에 둘의 사이가 궁금했다. "실제로는 너무 좋아요. 소연 씨가 너무 착하거든요."
 

'루비반지' 임정은[사진=이형석 기자]

"배우로서 자아 찾기? 8년 걸렸죠"

강산도 10년이면 변한다는데. 임정은은 이미 한 번 변하고도 또 다른 변신을 도모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햇수로 데뷔 12년. 온갖 풍파가 지나갔고, 온전히 확고한 임정은이 만들어졌다. 그것을 두고 임정은은 '내공'이라고 표현했다.

"단단해졌어요. 지난 12년 동안 진짜 임정은이 만들어진거에요. 내공이라고 해야 하겠죠? 생각할 시간도 많았도, 주춤했던 기억도 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거라고 생각해요."

워낙에 새로운 것을 마주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두려움'이라든지 '걱정'은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부딪히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아니다. 자신감이 부족했던 임정은은 모험에 앞서 겁부터 먹었다. 자아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없었던 걸까.

"데뷔 8년째 되던 해에 혼자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때부터 자아를 찾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나 자신을 찾으니까 일도 더 재미있어지고.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었지만 적극적으로 캐릭터를 찾아 나서지는 않았었거든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건 좋은 변화인 것 같아요."

일반 직장인들처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단다. 배우로서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었을 때 했던 고민이 멈춘 지금, 임정은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연기가 즐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