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DNA, 다시 뛰는 건설업계> 꺼져가는 건설업계 불씨…"다시 살리자"
2014-01-02 17:41
아주경제 권이상 기자 = 국내 건설업계가 부동산시장 불황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네 차례에 걸쳐 세제혜택과 규제완화 등 고강도 부동산대책을 쏟아냈지만 여전히 시장에는 냉기가 가득하다.
건설사들은 그야말로 '생사의 기로'에 내몰려 있다. 중소 건설사부터 대형 건설사까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등 구조조정의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공공공사 물량 감소까지 겹치면서 몸집을 줄여야 하는 건설사들은 지난해 연말 구조조정이라는 뼈를 깎는 아픔을 참고 견뎌내야 했다.
그러나 새해에는 건설업계에 조금씩 훈풍이 불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위기에 놓인 건설사들이 해외사업과 수주 역량 강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온 결과물이 서서히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늪에 빠진 건설사들
2일 대한건설협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100대 건설사(2013년 시공능력평가 기준) 가운데 18개 업체가 법정관리 또는 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다.
법정관리 중인 국내 건설사는 △쌍용건설(16위) △벽산건설(35위) △STX건설(40위) △극동건설(41위) △남광토건(42위) △동양건설산업(49위) △한일건설(56위) △LIG건설(59위) △남양건설(74위) △우림건설(88위) 등 10개 업체다.
워크아웃 건설사는 △금호산업(18위) △경남기업(21위) △고려개발(38위) △진흥기업(43위) △신동아건설(46위) △삼호(52위) △동일토건(84위) △동문건설(92위) 등 8개 업체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12월 30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서울중앙지법에 법정관리 신청을 접수했다.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인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6개월 만이다. 하지만 쌍용건설은 최대한 빨리 법정관리를 졸업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법원도 채권단과 금융당국 등과 협조해 '패스트 트랙'으로 법정관리 조기 졸업을 추진키로 했다.
법정관리가 진행되고 있는 벽산건설은 최근 인수·합병으로 유동성 개선을 강구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이밖에도 동양건설산업, LIG건설, 남광토건 등도 매각을 통한 회생을 시도하고 있지만 입찰자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 계약이 중도 취소되거나, 입찰자가 없어 유찰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 불황, 물량 감소 등 악재 연속
이는 단지 쌍용건설과 벽산건설 등 일부 건설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동산 경기침체, 공공물량 발주 급감 등으로 국내 건설사들의 경영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말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국내 건설수주 동향자료에 따르면 2012년 건설 수주액은 전년(110조7000억원)보다 8.3% 감소한 101조5000억원으로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3년도 역시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어든 90조원대 초반에 머물렀다. 올해 수주 전망치도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난 90조~95조원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공사 발주의 씨가 말라버렸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공공공사 발주 물량은 해마다 급감하고 있다. 2010년 기준 공공공사 수주액은 총 38조2000억원인 반면 2011년에는 36조6000억원으로 약 4% 줄었다. 이어 2012년에는 34조원으로 해마다 2조원씩 줄어들면서 공공공사 물량 소진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해외공사 수주금액도 수주목표 금액을 달성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해외건설 수주액은 65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0년(716억 달러)에 이어 연간 기준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것이지만, 지난해 수주목표였던 700억 달러에는 미치지 못한 금액이다.
◆올해는 반드시…시장 활성화 기대감
2014년 새해 건설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무거운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대책이 딱히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공발주 규모까지 대폭 줄어들면서 건설업계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말 건설 및 주택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요청했다. 대내외 환경 악화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절박한 호소였다.
이에 정부는 주택시장 활성화를 견인하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로 응답했다. 국회는 지난 1일 본회의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으로 SOC 분야의 경우 정부안 대비 4274억원 늘어난 23조7000억원으로 예산을 증액했다.
각종 규제완화 관련 부동산법안도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하면서 건설업계에는 올해야말로 장기 불황을 뚫고 재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한 건설 관련 전문가는 "건설사업은 국가 경제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건설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활로를 찾아줘야 한다"며 "올해는 주택시장이 제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 민·관이 힘을 합친다면 불황에 빠진 건설업계를 다시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