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부처들, 철도파업 안이한 대응’ …연초 개각설 솔솔
2013-12-26 21:39
박대통령 “철도파업 남 일인가” 관계부처 질타한 것으로 알려져
아주경제 주진 기자=18일째로 접어든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 실패 등 초강경 대응이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는 모양새가 되고 있는데다 청와대가 노조와의 대화를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 속에서 ‘불통’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하고, 불법행위나 명분 없는 투쟁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일선 정부 부처들의 대응이 너무 미흡해 문제를 키운 게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철도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고용노동부 뿐 아니라 각 부처 장관의 대응에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사실이 아닌 괴담이 퍼지는데 정부의 체계적인 대응이 없다. 철도 파업이 코레일과 경찰만의 일이고, 남의 일이냐“는 취지의 발언을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전달했고, 김 실장은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성의를 갖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라’는 대통령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질책은 철도파업 사태를 빨리 매듭짓지 않으면 향후 공기업 개혁은 물론, 집권2년차 강력한 국정드라이브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박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전화로 업무 미숙에 대해 질타하거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않는 부처에 불만을 토로했다고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이 전했다.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와 복지, 일자리 등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들의 성과가 너무 미흡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정부 부처들 사이에서는 박 대통령이 집권 2년차를 준비하면서 내각에 대한 정비가 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 연초 개각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당장 성과가 미흡하거나 업무에 안이한 대처를 한 장관 3-4명이 우선 개각 대상에 올라있다는 얘기가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이미 각 부처 업무 평가를 마치고, 김기춘 비서실장도 후보자 물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철도노조 파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청와대가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은 "철도 관련 문제는 이미 팩트(Fact)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 정치의 문제가 돼 가고 있다”며 “국무총리와 장관이 아무리 민영화가 아니라고 해도 믿지 못하겠다면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민영화가 아니라는 확신을 주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박 대통령의 대국민간담회를 제안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야당간사인 이윤석 의원은 26일 “빈 들판에 허수아비 같은 총리와 장관은 이번 사태를 해결 못한다. 유리상자 속 마네킹 같은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해결할 자는 오로지 힘이 넘치는 청와대”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오병윤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민영화를 안 하겠다고 말로만 하지 말고 민영화방지법안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노정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언한 오는 28일까지 대화를 통해 해결이 안 되면 청와대와 정치권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