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청사 1년 명암] <상> 마음은 세종ㆍ몸은 서울…두 집 살림 이중고
2013-12-16 09:08
통근버스 예산만 100억원 훌쩍…갈 길 먼 세종청사시대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정부 청사의 세종시 이전에는 정보통신기술(ICT) 등 과학기술을 적극 활용한다는 전제가 있다. 청와대도 원격회의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앞으로 이를 적극 활용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정부세종청사 시스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불필요한 출장업무를 최소화하고 원격회의 등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내년 1월에 세종시 2단계 이전이 완료되면 이전대상 부처 대부분이 세종시로 가게 된다"며 "정부 청사와 자문위원회, 대언론 활동 등 모든 활동이 세종시 중심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고 서울에 남은 부처와도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을 점검해달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정부세종청사는 여전히 시스템 오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년간 세종청사에 갖춰진 영상회의실은 상반기에 5차례 개방됐다. 하반기에는 아예 운영조차 되지 않았다.
세종청사 입주 공무원들은 지난 1년간 생활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가장 기본인 의·식·주 문제가 여전히 열악하다는 반응이다. 지난 10월 세종청사 인근에 상가가 문을 열면서 어느 정도 끼니 해결은 이뤄졌지만 주거와 쇼핑 등은 먼 얘기다.
특히 거주문제는 아직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과장급 이하 사무관들은 대부분 세종시로 이사를 왔다. 중학생 이상 자녀를 둔 과장급 이상 고위 공무원들은 홀로 내려왔거나 서울에서 출퇴근을 강행 중이다.
16일부터 이전을 시작하는 산업통상부는 지난 9월 이주문제와 직원들의 요구사항을 알아보기 위해 산업부 공무원 5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이 가운데 171명(33%)이 '서울에서 세종으로 출퇴근할 것'이라고 답했다.
세종시로 이주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374명 중 192명은 본인만 이주한다고 응답했다. 주말부부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현재 수도권 통근버스의 경우 매일 사당과 양재, 잠실 등 23개 거점에서 41~58대가 운행되고 있다. 2단계 6개 부처 이전이 시작되면서 16일부터 두 배 이상 증차 운행된다. 통근버스에 소요되는 예산만 최소 100억원이 넘는 셈이다.
세종청사 입주 공무원은 "현제 세종청사 통근버스 관련 예산만 총 84억원이다. 2단계 부처가 이전하면 예산은 1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며 "서울 업무 등 잦은 출장과 세종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착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국립세종도서관 등 인프라 개선 기대감 '솔솔'
지난 1년간 여러 가지 불편함을 호소했던 세종청사 입주 공무원들도 2단계 부처 이전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주변 인프라가 1년 전에 비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 12일 개관한 국립세종도서관은 오픈과 동시에 명소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11년 8월부터 978억원을 투입, 어린이도서관 등 600만권을 보관할 서고를 갖췄다.
한 건물에 행정·교육·문화·복지·체육시설 등을 통합 설치해 주민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커뮤니티센터 2곳(1-4생활권·1-2생활권), 3-1생활권 종합운동장 부지에 조성 중인 자동차극장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정부세종청사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도로도 대폭 확충돼 국도 1호선 우회도로 상부에서 정부 청사를 잇는 동서도로 2개와 2단계 청사 내부도로도 완공됐다.
정부세종청사 내 인근 8곳에 1493면의 주차장이 새로 조성되고 정부 청사 내에 식당 4곳(1640석)과 종합매장 1곳, 푸드코트 1곳, 매점 6곳이 문을 열었다.
이와 함께 지난 12일부터 BRT 차량 5대가 새로 투입되고 BRT 차량 배차간격이 20분에서 15분으로 좁혀진다. 그동안 불편을 겪었던 오송역 BRT 막차 시간도 오후 11시 20분에서 11시 40분으로 연장했다.
이 밖에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와 정부세종청사 주변 상가에 입점하는 음식점과 병의원, 약국, 학원이 현재 406개에서 758개로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