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병규 기자 = 한 수험생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 출제 오류로 인해 수시모집에 지원한 학교의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면서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1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수험생 A군이 수시 지원한 서울의 한 명문 사립대 측에 ‘세계지리 등급이 정정 발표될 때까지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해달라’면서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A군은 이 학교 수시모집 전형에 지원해 1단계 심사에서 합격했고 2단계 심사를 위한 면접고사를 본 상태였으나, 세계지리에서 딱 한 문제 차이로 이 학교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2과목 2등급에 못 미쳤다. 세계지리 과목에서 3등급과 백분위 81%를 받아 고배를 마신 것. 한 문제만 더 맞으면 2등급과 백분위 87%로 기준에 충족할 수 있었으니 오류 논란이 제기된 8번 문항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던 것이다.

이로 인해 A군은 재판부에 “오답 처리된 8번 문항이 출제 오류로 인해 아예 정답이 없기 때문에 응시자 모두를 정답 처리해야 한다”며 지난 2일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도 이 학교 수시모집 전형 합격자 발표 직전인 지난 5일 심문기일을 진행하고도, 결국 A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군이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해도 앞선 1·2단계 심사 결과 합격 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지 알기 어렵다”며 이 같이 결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A군이오는 16일 선고 예정인 수험생 집단 행정소송에서 세계지리 등급·백분위 결정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수시에서 최종 불합격이 통보되더라도 민사소송으로 그 효력에 관해 다툴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A군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세계지리 8번 문제 오답 처리에 따른 등급 결정 취소 여부를 오는 16일 선고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정시모집 시작 직전에 해결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