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불복 선언 이어 “朴대통령, 선친 전철 밟지 말라”

2013-12-09 18:17

장하나·양승조 잇단 돌출 발언에 정국 급랭
與, 의원직 제명안 제출 검토…총공세 나서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새해 예산안에 대한 증액·감액 심사를 앞두고 정국이 또다시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의 ‘대선 불복 선언’에 이어 민주당 지도부인 양승조 최고위원이 9일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실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도 선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다.

새누리당은 격앙된 반응 속에 양 최고위원에게 당장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하는 등 총공세에 나섰다.

아울러 새누리당은 장 의원에 대해서도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 방침을 확정하고 의원직 제명안 제출까지 검토하면서 ‘4자회담’ 타결로 가까스로 안정을 찾아가던 연말 정국이 다시 대치 상태로 변하고 있다.

양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중정(중앙정보부)’이란 무기로 공안통치와 유신통치를 했지만, 자신이 만든 무기에 의해 암살당하는 비극적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선친의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데 국정원을 무기로 신공안통치와 신유신통치로 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양 최고위원의 발언이 지난 7월 민주당 홍익표 전 원내대변인의 박 대통령을 겨냥한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 후손’ 발언보다 더 수위가 세다고 보고 있다.

장 의원도 전날 개인 성명을 통해 지난 대선을 총체적 부실 선거로 규정, 내년 6월 4일 지방선거에서 대통령 보궐선거를 시행할 것을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사과와 두 사람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및 재발방지 대책 발표를 요구했다.

또한 ‘사실상 대선불복 발언을 용인하고 있는’ 민주당과 ‘배후 조종자로 의심받고 있는’ 문재인 의원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예기치 않는 돌발 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총공세에 일단 대응을 자제하면서 상황을 잠시 지켜보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석현, 정청래 의원 등 강경파들은 장 의원의 발언을 옹호하고 있어 민주당 내부에서도 논란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잇따른 돌발 발언이 당 내부에서 어느 정도의 역할분담에 기인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 의원의 발언이 공교롭게도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위원회’ 인선 발표날과 겹쳤기 때문이다.

장 의원은 논란이 커지자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도 원내부대표직을 자진사퇴하겠다고 밝혔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고 있다.

민주당은 두 사람의 발언을 당의 입장과 전혀 다른 개인 생각이라고 선을 긋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