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없고 목소리만”… 중국 스모그로 각종 해프닝

2013-12-09 14:15
52년래 최악의 스모그 겪는 중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그 동안 베이징 등 북부 지역에 집중됐던 스모그 현상이 상하이ㆍ저장ㆍ장쑤 등 창장 삼각주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중국 대륙의 절반 이상이 스모그에 뒤덮여 몸살을 앓고 있다. 스모그가 심해지면서 중국 곳곳서 스모그로 인한 각종 웃지 못할 해프닝도 속출하고 있다고 중궈신원왕(中國新聞網)ㆍ양쯔완바오(揚子晩報) 등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중국 난징시에서 열린 한 주얼리 브랜드 패션쇼에서 스모그가 심각한 탓에 모델이 마스크를 쓰고 워킹하고 있다. [사진=중국신문망]

극심한 스모그로 지난 5일 중국 최고 대기오염 수준인 '적색' 경보가 발령된 난징(南京) 시. 얼마전 난징시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모 주얼리 브랜드의 실외 패션쇼 장에서는 심각한 스모그 현상 때문에 화려한 주얼리를 착용한 모델들이 마스크를 쓰고 모델 워킹을 선보이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심지어 난징시 교통당국은 스모그로 가시거리가 좁아져 운전자가 신호등을 제대로 보지 못할 수 있음을 감안해 당분간 신호위반 시에도 눈감아 주기로 결정했다. 
 

중국 장쑤성 한 방송국에서 한 기자가 짙은 연기에 휩싸여 화면에서 '실종' 된 화면. [사진=방송캡쳐화면]

얼마 전 중국 장쑤(江蘇)성 한 방송국에서 내보낸 뉴스 화면에서 기자의 목소리만 들리고 사람은 '실종'되는 '방송사고'가 발생했다. 기자가 중국내 여전히 남아있는 짚단을 태우는 악습이  스모그 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TV로 생중계 보도했지만 정작 기자는 짙은 연기 속에 파묻히는 바람에 목소리만 보도된 것.

중국 내 ‘녹색도시’로 꼽히는 곳도 스모그 영향권을 피해갈 수 없었다.
 

중국 항저우 명소인 시후 바오스산 꼭대기 바오추타(保俶塔) 전경. 뿌연 스모그에 휩싸이기 전후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사진=신화사]


항저우 대표 관광명소인 시후(西湖)는 뿌연 스모그에 휩싸여 시후의 절경을 뜻하는 ‘시후 10경(景)’은  ‘스모그 10경’으로 전락했다. 눈이 쌓인 다리의 절경을 의미하는 ‘단교잔설(斷橋殘雪)’은 가래가 쌓인 다리라는 ‘단교담다 (斷橋痰多)’로, 꽃잎이 떨어지는 호숫가에서는 잉어를 구경한다는 ‘화항관어(花港觀漁)’는 스모그를 구경한다는 ‘화항관무(花港觀霧)’로, 술집 뜨락에서 피어나는 술 향내를 뜻하는 ‘곡원풍하(曲院風荷)’는 기침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는 ‘곡원풍해((曲院瘋咳)’가 돼 버렸다고 중국 누리꾼들은 자조섞인 목소리를 냈다.
 

[자료출처=신화사]

중국내 스모그 현상은 지난해 겨울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중앙기상청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52년이래 최악의 스모그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근래 한 주간 중국 대륙에 스모그 현상이 기승을 부리면서 심각한 대기오염 상태에 처한 주요 도시만 104곳에 달했다. 중국 전국 주요 고속도로 폐쇄와 항공편 취소가 속출하고 일부 지역에선 휴교ㆍ휴업 등의 조치가 내려졌다. 스모그로 인한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도 급증해 지난 2~5일부터 나흘 간 중국 상하이시 아동병원의 하루 평균 외래환자 수는 507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9% 늘었다.

스모그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환경당국에서는 유해물질 과다배출 공장 이전 및 폐쇄, 석탄사용 축소, 노후차량 폐차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