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 차이나타운 24시>"대림동 차이나타운에는 자장면이 없다!"

2013-12-08 17:00

<사진=대림동 차이나타운에는 한국인들이 흔히 '중국집'라고 부르는 '○○반점·○○각·○○성'과 같은 이름을 가진 중국음식점이 없다. 더욱이 짜장면·짬뽕·탕수육 등 한국인들이 아는 중국요리들도 찾아볼 수 없다.>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자장면·삼겹살·편의점.'

대림동 차이나타운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한국인을 마주칠 일도 거의 없다. 5층 내외의 빌라들과 일반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바로 옆 도림천만 건너면 아파트 숲이 펼쳐지고 한국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림2동은 중국 현지의 작은 마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7000여명이 넘는 중국 이주민 및 중국 동포들이 거주하는데다, 음식·생활·언어 등 중국의 문화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 중국 문화 그대로 간직

대림동 차이나타운의 가장 큰 특징은 중국 문화가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리상(35)씨는 "다른 차이나타운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상권이 형성돼 있는 것과 달리 대림동의 경우 중국 이주민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기 때문에 중국색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곳 대림동 차이나타운에는 한국 사람들이 흔히 '중국집'라고 부르는 '○○반점·○○각·○○성'과 같은 이름을 가진 중국 음식점이 없었다. 더욱이 자장면·짬뽕·탕수육 등 한국사람들이 아는 중국 요리들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림동 차이나타운에서는 양꼬치·양고기 샤브샤브·볶음요리 전문점 등 진짜 중국 현지에서 먹는 메뉴를 선보이는 음식점이 대부분이었다. 맛도 현지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차이나타운의 음식점들이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춰 변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술집의 안주도 중국식이었다. 한 예로 오리고기를 주메뉴로 하는 한 술집의 안주를 살펴보면 오리머리·오리목·오리혀·오리위 등 부위별로 따로 모은 요리를 판매하고 있었다.

때문에 주말이면 대림동 차이나타운은 중국 이주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평일에는 보기 힘들었던 동포들끼리 주말이면 모여 타향살이의 외로움과 고향의 향수를 달래기 위해서다.

 

<사진= 대림동 차이나타운에서는 양꼬치·양고기 샤브샤브·볶음요리 전문점 등 진짜 중국 현지에서 먹는 메뉴를 선보이는 음식점이 대부분이다. 맛도 현지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차이나타운 음식점들이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춰 변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 "설 대신 춘절 쇠는 대림동"

대림동 차이나타운에는 설날이 없다. 대신 춘절이 있다. 춘절은 중국의 가장 큰 명절로 음력 정월 초하룻날을 말한다.

실제로 춘절 기간 대림동 차이나타운 거리는 붉은 옷을 입은 동자·거꾸로 쓴 '복(福)'자 등으로 춘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음식도 떡국 대신 춘절 음식인 물만두·깐두부·줄기콩 등을 즐긴다.

특히 명절이면 대림중앙시장은 서울과 수도권 각지에서 모인 중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대림중앙시장은 중국 도시에 있는 전통시장을 방불케할 정도로 다양한 중국 식재료를 판매하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장을 보러 나온 중국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채소가게에서는 이름도 생소한 영채·고수·섬초 등 중국음식에나 쓰이는 채소들을 판매했다. 소고기·돼지고기 뿐만 아니라 양고기와 개고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정육점들도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외에 중국식 순대·소시지·건두부 등을 판매하는 점포도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돼지코와 귀를 따로 자른 다음 양념에 졸여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었다. 옆을 지나가던 한 중국인은 “돼지껍데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쫄깃하고 고소하다”고 말했다.

대림중앙시장 이외에 중국 현지 가공 식품을 판매하는 슈퍼마켓 4~5곳도 영업하고 있었다.

◆ "중국인 거리에 야쿠르트아줌마?"

대림동 차이나타운에서도 이곳에 한국 땅이라는 증거가 곳곳에 숨어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떡볶이와 어묵꼬치다. 중국식 먹거리 밖에 없는 이곳에서도 이같은 분식을 파는 점포가 있었던 것이다. 고춧가루와 고추장, 쌀떡이 쓰인 떡볶이와 부산어묵으로 만든 어묵꼬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대림동 길거리를 다니는 야쿠르트아줌마도 이색적인 모습이었다. 이외에 트로트를 크게 틀고 호박엿을 파는 각설이들도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