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열풍 어디까지 갈까…"화폐근간 흔들정도 아냐"

2013-12-05 16:47

                                           자료: http://bitcoincharts.com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디지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열풍이 전세계적으로 거센 가운데 국내에서도 관련 거래 및 투자가 늘고 있다. 특히 한달새 비트코인 값이 5배나 치솟으며 거품 논란은 물론, 화폐 대체 수단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열풍과 관련, 추세를 지켜봐야 할 필요는 있지만 IT붐을 탄 하나의 현상일 뿐 화폐로서의 기능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5일 일본 마운트곡스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4시 45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1224달러(129만원)로 한달 새 다섯 배 넘게 급등했다. 지난달 말에는 한때 1242달러까지 치솟아 온스당 금값과 맞먹기도 했다.

비트코인은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란 익명의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가상화폐로 발행 기관의 통제 없이 이용자 간 P2P(다자간 파일공유) 기술로 거래된다.

올해 키프로스 금융위기 이후 대안투자 상품으로 주목 받았고, 개당 40달러 수준이던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독일 재무부는 지난 8월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 인정했다. 한국보다 거래가 활발한 중국에선 비트코인으로 집도 살만큼 보편화되고 있다.

비트코인 열풍은 한국에도 전이된 상황이다. 특히 지난 3일에는 비트코인 국내 첫 결제점포인 파리바게트 인천시청역점에서 비트코인을 이용해 빵을 구매한 첫 고객이 등장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일반인들의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5일 현재 한국 내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빗(korbit.co.kr)에서도 비트코인 한 개당 약 131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의 통화·발권정책을 맡고 있는 한국은행은 비트코인 거래 추이를 주시하면서도 난감해 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화폐로서 볼 수 있는지 여부부터 따져야 할 것이고 현재로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초 연말께 선보이기로 했다는 비트코인 보고서 역시 불투명해진 상태다. 단지 이슈화되고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 열풍 배경 및 확산 가능성을 점검해보자는 차원이었다는 게 한은 측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경제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의 1년 수익률이 8615%에 달하지만 아직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말 13.51 달러에서 지난 4일 1177.44 달러로 8615.3% 올랐다”며 “비트코인이 지금까지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가상화폐”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조 연구원은 극복해야 할 문제가 더 많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정부의 개입 여부나 개인 재산의 안정성, 가치평가의 어려움 등은 비트코인의 위험성을 높이는 소재들이다”고 말했다.

IT붐을 타고 일어나는 하나의 현상일 뿐 화폐시스템을 흔들정도의 영향을 끼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는 비트코인의 열풍을 화폐의 가치와 금의 가치를 연계한 ‘금본위제’에 빗댔다. 오 교수는 “금본위제의 가장 큰 약점은 경제 성장에 제약요인이 된다는 점”이라며 “비트코인이 통화가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정성 여부인데, 공급량이 제한돼있기 때문에 이 역시 통화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발행량도 2100만비트코인으로 제한돼 교환의 매개로 사용되면 자칫 디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200만개가 유통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추세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비트코인 가치에 대한 확대해석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임 연구위원은 “현재 수준의 비트코인은 완제품이 아니며 일시적인 현상이다”며 “현재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하듯 비트코인이 화폐를 대체하려면 발행주체의 신용 등이 필요한데 지금으로서는 교란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