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극협회 12월 논평> 국립극단에 바란다
2013-12-05 15:53
서울연극협회는 "3년전 재단법인이 된 국립극단의 차기 예술감독 선임을 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며 "문체부는 예술감독 인선을 투명한 절차와 검증을 통해 선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국립이라는 명칭에 맞는 운영을 해왔는가, 국립극단의 역할과 존재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다음은 논평전문.
작금의 정치적 현실을 바라보며 사회의 정신적 가치를 제시하고 창조해 내는 예술가로서 연극인들이 더 이상 침묵하고만 있는 것은 사회적 혼란을 방관하는 무책임함을 드러내는 행동일 것이다. 이에 서울연극협회는 연극인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여 사회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연극정신을 만들어 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모든 성원들이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기를 부탁드린다.
연극계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3년 전 연극계의 다양한 의견 충돌을 겪으면서 어려운 산고 끝에 국립극단이 재단법인화 되었다. 3년이 지난 지금 차기 예술감독을 선임을 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서울연극인들은 지난 3년간의 국립극단을 바라보면서 과연 국립이라는 명칭에 맞는 운영을 해왔는가, 국립극단의 역할과 존재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출범을 하면서 단원 제도를 폐지하고 오디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 주장하지만 과연 전속 배우 없이 공연마다 배우를 임시로 선발하고 해산하는 그 시스템 안에서 레퍼토리 공연 하나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국립극단의 현실은 무엇인가.
재단법인 국립극단은 출법하면서 연극인과 연극예술 후원자들로 구성된 이사회와 예술감독 시스템을 중심으로 연극뿐 아니라 타 예술장르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이사회가 그동안 국립극단 운영을 위한 어떠한 활동을 해왔는가 들어보지 못했음은 물론, 이사장이 관련 기관의 극장장을 겸직하는 상상하기도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과연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사진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재단법인 국립극단이 국립예술단체로서 공공성과 예술성을 높일 수 있는 제작 체계를 갖춤으로써 연극예술의 진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평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또한 지난 시즌 막 올린 일부 작품을 싸구려 저질 풍자극이라는 일부 언론 비판이 있었다. 동시대 최고 수준 연출가의 작품을 완성도를 갖추지 못했다고 예술감독은 실망감을 표시하였다.
과연 진실이 완성도인가 작품의 내용인가. 예술가의 양심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며 작업하는 연극인으로서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우리 연극의 존재감마저 붕괴되는 처참한 심경을 우리 연극인들은 안타까울 뿐이다. 새롭게 탄생한 국립극단의 끝없는 실험에 대해 연극인들은 망연자실한 무기력감마저 들뿐이다.
이제 서울연극인들은 바란다. 부디 국립극단이 연극을 사랑하는 연극인 모두와 국민의 국립극단으로 변모하기를 요구한다.
고작 200여석 남짓 된 극장에서 관객점유율이 최고로 높아졌다고 자찬하는 국립극단이라면 그 많은 국민의 혈세가 왜 들어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 운영 예산의 효율성에 비하면 대학로의 민간극단과 무엇이 다른지 도무지 납득할 수 도 없다.
국립극단이 시대의 담론을 만들어 내고 시대의 정신을 무대에 담아내어 온 국민의 삶과 정신에 예술적 풍요로움을 선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나아가 인류의 이상을 실현해내어 우리가 부러워 할 만큼 성과를 내고 있는 세계 속의 국립극단과 견주어도 자랑스러울 만한 국립극단이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국립극단은 시대의 정신적 표상이 될 예술감독 인선을 투명한 절차와 검증을 통해 선임해야 한다.
국립극단은 기존의 오디션 시스템을 버리고 전속 단원제 등의 극단 체재를 정비하여 안정된 환경 속에서 연극인들이 작품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립극단 이사회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닌 이사회의 기능을 회복하여 책임지고 국립극단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013. 12. 1. 서울연극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