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브랜드 이야기_26> 마음대로 살 수도 없는 차 '롤스로이스'
2013-12-05 13:00
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아무리 빨리 달려도 째깍째깍하는 시계소리 밖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고 찻잔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우아하고 부드럽게 달려 '은빛 유령'이라는 이름을 얻은 자동차가 있다. 그 이름은 롤스로이스의 '실버 고스트'.
'시속 60마일로 달리는 롤스로이스에서 가장 큰 소음은 전자시계에서 나오는 소리다. (At 60 miles an hour the loudest noise in this new Rolls-Royce comes from the electric clock.)”라는 1958년 오길비의 광고 카피로도 유명한 실버 고스트는 아직까지도 '세계 최고의 자동차(The Best Car In The World)'로 인정받고 있는 모델이다.
이 차를 만들어낸 브랜드는 롤스로이스다. 롤스로이스는 명예와 자부심, 그리고 전통과 귀족적인 품위를 자동차에 담고 있는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롤스로이스는 솔직히 쉽게 볼 수 있는 자동차는 아니다. 롤스로이스는 초호화 수제차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차 한대 값만 하더라도 수억원을 호가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신분 자격에 미달하면 차를 팔지 않으며 까다로운 구매 자격을 얻어야 한다. 실제로 미국의 전설적인 로큰롤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도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입을 거절 당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럭셔리한 차체만큼이나 고고하게 솟아 있는 롤스로이스의 상징인 '스피릿 오브 엑스터시(환희의 여신상)' 엠블럼을 얻고자 하는 이들은 전 세계에 넘쳐난다.
롤스로이스는 완벽한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공통된 비전을 지녔던 두 인물이자 영국 자동차 업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찰스 롤스와 헨리 로이스의 이름을 합쳐 탄생한 브랜드다.
이렇듯 성장 배경이 판이하게 달랐던 두 사람은 1800년대 말 자동차 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다. 운명적 만남이 그러하듯 두 사람 역시 만날 수 밖에 없었다.
1904년 롤스는 판매할 만한 괜찮은 차를 찾고 있던 중 2기통 10마력 엔진을 장착한 로이스의 차를 테스트하게 되었다. 이 차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 롤스는 로이스의 자동차 판매만 전담하기로 했다. 결국 두 사람은 1906년 롤스로이스를 설립하고 1907년 세계 최고의 차로 인정받게 되는 첫 차 '실버 고스트'를 세상에 내보인다.
실버 고스트로 롤스로이스의 명성이 한창 높아가던 1910년 모험심이 많았던 롤스는 갑작스런 비행기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다. 하지만 로이스는 계속해서 디자인 작업에 전념, 더비와 크루에 공장을 설립하면서 롤스로이스 비즈니스를 점차 확장해 갔다. 이후 롤스로이스는 실버 고스트 이래 팬텀 시리즈를 선보이며 최고급 차로서의 전통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 즈음부터 롤스로이스는 휘청거린다. 1971년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용 엔진 개발로 인한 적자와 경영난이 문제였다. 결국 도산까지 이르게되는데 당시 영국 정부에서 국방 및 국제협력의 필요로 항공엔진 부문, 선박용·공업용 가스터빈 부문을 인수하여 정부기업 롤스로이스를 설립하게 됐고 1980년 롤스로이스모터스도 국유화한 다음 경영을 맡겼지만 다시 비커스(Vickers plc) 아래 흡수됐다.
1998년 폭스바겐이 크루에 위치한 자동차 공장과 벤틀리 이름 사용권을 인수했으며 BMW가 롤스로이스 PLC로부터 롤스로이스 자동차 이름에 관한 권리를 획득 2003년 1월부터 새로운 굿우드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1999년 최고의 엔지니어들과 디자이너들로 전담 팀을 구성한 지 4년만인 2003년, 미래형 테크놀로지와 세련된 디자인, 뛰어난 안전성이 결합된 뉴 팬텀을 선보여 다시 한 번 자동차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