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디트로이트 시의 파산 절차에 파란불이 켜졌다. 

미국 연방 파산법원이 3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 시의 파산보호 신청을 받아들임으로써 시 당국은 앞으로 시 근로자와 은퇴자, 투자자, 그리고 기타 채권자들로부터 빌린 거액의 돈을 갚지 않아도 되는 근거가 마련됐다. 

이같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노조와 연금기금 측은 "디트로이트 시의 파산보호 신청이 받아들여질 만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았다"며 "디트로이트 시 당국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서도 채권자들과 협상 내지 대화하려는 노력을 일체 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미 연방 파산법원 미시간 동부지원 스티븐 로즈 판사는 "(디트로이트 시) 파산보호 신청을 받아들일 만한 기본 요건을 완벽히 만족시키지는 못했지만 채권자 수가 10만명이 넘을 정도로 너무 많아 파산보호를 결정했다"며 "디트로이트 시가 적절하게 청원서를 제출했다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미국의 가장 큰 노조들 중 하나인 '미국 지자체 노동자조합(American Federation of State, County & Municipal Employees)'은 "이미 법원의 결정에 항소할 준비를 해 놨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판결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디트로이트 시가 연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것은 미시간 주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스티븐 로즈 판사는 "주법보다 상위법인 연방 파산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이번 판결 자체가 연금을 지급하지 말라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지자체 파산 전문 변호사인 마이클 스위트는 "다른 무엇보다 연급 지급 문제가 큰 이슈가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어느 도시에서도 파산으로 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금 수혜자들은 "파산보호 과정에서 연금 수혜자들의 혜택이 축소되거나 손상될 수 있다"며 파산보호 신청 철회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릭 스나이더 미시간 주지사는 올 7월 "파산보호 신청 외에는 디트로이트 재정 위기를 극복할 방법이 없다"며 크라이슬러 파산보호 절차를 맡았던 케븐 오어 변호사를 비상관리인으로 선임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 언론들은 "시 공무원들 중 상당수는 시 정부의 파산 소식이 알려진 지난 여름부터 다른 직업을 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만일 연금 및 지원금 지급이 제대로 안 이뤄질 경우 상당수의 시민들이 주택 모기지는 물론 자동차 보험료 등 각종 공과금 및 할부금을 내지 못하게 되는 대혼란이 빚어질 전망이다.  

미시건 주 당국과 디트로이트 시 당국은 "파산보호 절차 진행 과정에서도 노조 및 채권자들과 계속 협상하고 원만한 문제해결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트로이트는 지난 1950년대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이자 제조업의 본산으로 전성기를 누렸고 미국 최대 공업도시로 손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 변화에 잘 대응하지 못해 도시는 쇠락하고 장기간의 방만한 시 운영으로 현재는 장기 부채 규모가 180억 달러(약 19조원)가 넘는다.

시민들과 기업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면서 범죄율과 세금이 높아지고 시 행정력도 약해지고 있다. 

미시간 주의 케빈 오르 비상대책본부장은 디트로이트 시가 안고 있는 무담보 채무액 115억 달러 가운데 90억 달러를 삭감해 주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제안은 자칫 시민들과 약속했던 연금과 은퇴자 건강보험 지원비가 깎일 우려가 있고 투자자들의 손실을 불러 올 수 있어 취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