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 저소득 취약계층에 한정 공급해야"(종합)
2013-12-03 16:33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전세보증자금을 저소득 취약계층에 한정해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일 한국금융연구원과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연구원이 명동 서울YWCA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전월세시장 구조 변화와 가계부실 가능성' 정책 컨퍼런스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김영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상당수 전세자금대출자는 주택구매 여력이 있으나 전세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는 김 교수가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및 최성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연구소 전문연구원과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다.
김 교수는 "현행 전세보증한도가 2억~3억원에 달하면서 상당수 대출자가 주택구매능력이 충분한데도 저리 자금이라는 이점을 이용, 고가의 전세주택에 거주하면서 주택시장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전세보증대출한도를 서민주택수준으로 제한해 소득수준이 높은 고가의 전세주택 세입자를 매매시장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손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 결과 전세자금대출은 수도권의 30대가 전체 대출자의 40%를 웃돌았다. 다중채무 비중도 5% 이상으로 나타나 주택담보대출보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충격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교수는 "현재의 LTV 및 DTI 규제는 주택가격 상승기에 시장안정을 위해 도입된 것으로 주택가격이 하향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는 주택금융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소득은 안정적으로 유지되나 주택구입을 위한 초기자금 축적이 많지 않은 40대 미만 가구주 등에 대해서는 LTV 및 DTI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증서담보대출 확대에 따른 가계부실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의 보증서담보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9월 현재 4조7480억원으로 최근 약 3년만에 2조원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0.3% 수준이던 연체율도 0.8%에 육박했다.
김 교수는 "보증서담보 전세자금대출자의 상당수는 은행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았던 계층인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해당 대출자 등 저소득층, 고연령층에서는 향후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해당 대출의 부실이 확대될 경우 이는 보증회사의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부실 확산 정도에 따라 전세자금 공급이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감안해 그는 "취약층의 주거안정을 금융자금 지원과 더불어 주택시장 공급 측면에서 동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민간임대사업자 요건 완화 등을 통한 전세주택 공급 확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한편 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LTV 및 DTI 규제 완화에 대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성병희 한국은행 거시건전성분석국 국장은 "우리나라 부채가 높은 수준이고 LTV 및 DTI 규제가 가계부채 부실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규제 완화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 과장은 그는 "생애최초구입자금이나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 등으로 집을 처음 구입하는 40대 미만에게 LTV를 이미 70%까지 허용해주고 있다"면서 "또한 주택금융공사 설문조사에서 자금한도가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주택 구입자는 7%밖에 안되는 등 LTV 제도가 주택 구입을 제약하는지 실질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증서담보대출 부실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 과장은 "주택신용보증은 전세시장 접근이 어려운 무주택 서민을 지원하기 때문에 리스크(위험)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