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인사(人事)' 눈치 보다 '인재(人災)' 난다
2013-12-03 16:00
인사철을 맞은 삼성 등 주요 그룹들은 사업구조 개편 등 대규모 인사를 예고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런 '폭풍전야' 상황은 비단 재계뿐만이 아니라 공기업·공공기관에서도 연출되고 있다. 앞서 10월에 열린 국정감사를 전후로 공공기관장들에 대한 인사는 거의 마무리됐으며 새로운 기관장들로 구성된 신(新) 판이 짜여졌다.
공기업들로서는 새로운 사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어 갈 직원들의 대대적인 인사이동만을 마지막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 공기업들의 경우 올 한 해 유난히도 뭇매를 맡았던 터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11월을 시작으로 다음달 말까지 크게 진행되는 공기업의 인사 방향은 내부실적과 외부사업 등에 연동한 승진 또는 경질이다. 하지만 올 한 해 에너지 공기업들의 경영평가 성적은 초라한 수준에 그쳤고, 이는 국감에서 집중 난타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때문에 해당 기관의 임원 및 간부들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초조한 분위기 속에 내부적으로 눈치를 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마치 떨어지는 낙엽을 피하겠다는 말년병장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례로 A 공기업의 경우 전국 원전 17기에 해당하는 민간 비상용 발전기에 대해 사용 여부 등 실태조사를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력수요가 치솟는 올겨울 비상시 대체전력으로 활용 가능한 비상발전기에 대한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에너지 공기업의 특성상 전력이나 원전 등 국민안전과 실생활에 밀접히 연관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볍게 지나치고, 단순히 묵과하기에는 그 중요도가 너무 큰 업종이다.
이에 대해 에너지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폐쇄적인 공기업 특성상 인사철과 맞물려 자칫 눈 밖에 나면 끝장"이라며 "승진은커녕 바로 경질 또는 지방 파견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데는 인사라는 큰 벽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올 한해를 뜨겁게 달궜던 원전비리도 10년 전 위조부품을 눈감아 주면서 비롯된 인재(人災)가 부른 참극임을 명심해야 한다. 부디 인사에 눈치 보다가 더 큰 인재를 부르는 그런 과오가 없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