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 사장단 인사> 삼성에버랜드ㆍ삼성SDS 주인공이 되다
2013-12-02 16:01
오너 일가ㆍ실세 CEO 대거 이동, 사업구조ㆍ후계구도 재편 핵심으로 부상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 올해 하반기 재계를 뜨겁게 달궜던 삼성그룹 사업구조 재편의 핵심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였다.
두 회사의 이슈 메이킹은 연말 사장단 인사까지 이어졌다. 오너 일가와 실세로 평가받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전입 신고를 하면서 사장단 인사의 주역이 됐다.
특히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는 지분구조 측면에서도 삼성 후계구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당분간 화제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2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을 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으로,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을 에버랜드 대표이사 사장 겸 패션부문장으로 임명했다.
또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재도약을 이끌었던 전동수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으로 낙점됐다.
모두 삼성의 차세대를 이끌 인재로 꼽히는 이들이다. 이건희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사장은 승진과 함께 에버랜드로 소속을 옮겼다. 이로써 에버랜드는 경영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이부진 사장과 더불어 오너 일가 사장 2명이 재직하는 조직으로 거듭났다.
윤 사장도 지난해 인사를 통해 제일모직으로 옮기기 전까지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으로 재직한 실세 경영인이다. 경영지원실장은 글로벌 1위 전자기업인 삼성전자의 돈줄을 쥐고 있는 자리다.
이번 인사로 윤 사장은 에버랜드 패션사업의 실적을 챙기고 이서현 사장은 구체적인 사업을 관리하는 식으로 역할이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 대표가 된 전 사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계보를 잇는 인물이다. 반도체 업황 악화 속에서도 연구개발(R&D)과 신제품 출시에 주력하면서 올해 들어 메모리사업부 실적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삼성에버랜드는 그룹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 역할을 하는 지주회사로, 삼성SDS는 그룹 내 IT 계열사의 좌장으로의 상징성을 갖춘 기업이지만 이처럼 그룹 인사의 핵심으로 부상했던 적은 없었다.
이는 그룹 내 콘텐츠 사업과 IT 사업의 비중을 확대하려는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후계구도 정리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두 회사의 위상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에버랜드와 삼성SDS는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가 고르게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계열사들이다. 에버랜드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10%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각각 8.3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실질적인 대주주 역할을 하면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에버랜드의 주력 사업을 나눠 맡는 구도로, 그룹 전체의 후계구도와 비슷한 역학관계를 구축한 상황이다.
삼성SDS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승계를 위한 종잣돈을 마련할 중요한 계열사다. 지난 9월 삼성SNS와의 합병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은 11.25%로 오른 데 반해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지분율은 3.90%로 하락했다.
삼성은 경영 역량이 탁월한 전 사장을 삼성SDS로 이동시켜 실적 개선을 이룬 뒤 IPO(기업공개)에 이은 상장 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S가 상장에 성공하면 이재용 부회장은 주요 계열사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