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①] 94학번 신원호 PD가 밝힌 시리즈 탄생 배경

2013-11-27 08:00
"이우정 작가와 '밤과 음악사이' 갔다가 영감 얻어"

[사진=tvN '응답하라 1994' 방송 캡처]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이우정 작가와 신원호 PD의 합작품인 '응답하라' 시리즈는 1997년에서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신원호 PD는 KBS에서 CJ E&M으로 이직한 후 첫 작품을 구상하던 중 이우정 작가와 30~40대 대상의 유흥업소 '밤과 음악 사이'에 들렀다. 그곳에서 '응답하라'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신 PD는 회상했다. '밤과 음악 사이'에서는 최신 노래와 셔플댄스곡들이 주를 이루는 홍대클럽과 달리 1990년대 유행곡들을 틀어준다.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라든지 듀스의 '나를 돌아봐'가 손님들을 추억여행으로 초대한다.

"자세히 보니 '밤과 음악 사이'에 20대들도 많이 오더라고요. 너무 오래되지도, 아주 최신도 아닌 1990년대 이야기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을 거라고 이우정 작가와 얘기했어요. 그 이전 시대를 배경으로 제작된 복고풍 드라마는 이미 많이 나왔지만 90년대를 다룬 작품은 없기에 희소성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진=tvN '응답하라 1994' 방송 캡처]

신 PD의 말이다. 애초 '응답하라' 시리즈는 1994년도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94학번인 신 PD와 이 작가는 대중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1997'로 워밍업에 들어갔다. 신·이 콤비의 예상은 적중했다. 시청자들은 새록새록 기억을 되살리는 드라마에 열광했다. '1994' 역시 시청자를 사정없이 '응사앓이'에 빠뜨렸다.

연도만 바뀌고 그에 맞춰 배경만 달라진 게 아니다. '1997'편이 아이돌과 팬덤 문화에 대한 이야기라면 '1994'는 당시의 겨울을 뜨겁게 달군 농구대잔치부터 비퍼(일명 삐삐)와 공중전화 박스, 컴퓨터 도스 환경과 PC통신 및 한글타자게임, 운동권의 영향력이 약화된 대학동아리 행사와 변함없는 MT 풍경까지 다양한 사회·문화현상으로 심화했다. 삼천포와 사천시의 통합문제도 화제에 올렸다.

이야기도 남녀 주인공 위주의 러브스토리에서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애환과 사랑문제로 확대했다. '신촌하숙집' 주인 부부 성동일과 이일화의 늦둥이 에피소드부터 삼천포(김성균)와 조윤진(도희)의 티격태격 사랑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배경이 경상도에 국한됐던 전편과 달리 서울로 배경을 옮긴 '1994'는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각지에서 상경한 청춘들을 통해 소재의 폭을 전국으로 넓혔다. 저마다 맛과 색이 다른 사투리는 보너스다.

신 PD는 '응답하라' 다음 시즌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서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지만 신·이 콤비의 추억 퍼올리기는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