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ㆍ대한상의 충돌 양상?…회장단 몸짓 키우는 속내는

2013-11-26 16:18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경제계 대표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상공회의소가 회장단 확대 개편을 추진하며 자칫 두 단체가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 두 단체가 표면적으로 외형 확대를 내면적으로는 전경련이 창조경제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면 대한상의는 여성기업인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울상공회의소는 26일 오전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임시의원총회를 개최해 현재 18명으로 구성된 회장단을 20명으로 확대 개편하는 임원보선(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홍재성 JS코퍼레이션 회장 등 2인을 서울상의 부회장으로 신규 선임했다.

이날 임시의원총회는 지난 14일 전경련의 올해 마지막 회장단 회의가 열린 후 11일 만에 전격적으로 열린 것이다.

당시 전경련은 회장단 회의후 경제계 대표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회장단과 회원사의 외연을 넓히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회장단 선임 자격을 30대 기업집단에서 50대로 확대해 회장과 상근부회장을 포함해 현재 21명으로 구성돼 있는 현 회장단은 추가 영입 결과에 따라 최대 30명선까지 늘릴 수 있게 됐다. 또한 회원사 가입 여건도 중견기업 및 서비스 업종으로 확대해 508개인 회원사 수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영입대상으로 밝힌 네이버(NHN)이 전경련의 의사에 “인터넷 기업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며 가입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전경련의 외형 확대 전략에 당황한 것은 대한상의다. 전경련의 회장단 및 회원사 영입 대상 기업들은 고스란히 상의의 회장단, 회원사들과 중복된다.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으나 상의는 전경련의 발표를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위기감이 서울상의 회장단 확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상의의 한 관계자는 “상공인 대표단체인 상의의 위상이 전경련의 정책 개편으로 희석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이 네이버를 끌어안아 창조경제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려고 했다면, 상의는 현 회장을 선임함으로써 여성기업인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음을 보여줬다. 현 회장은 1948년 서울 상의 출범 후 처음으로 회장단에 선임된 여성 기업인이다.

그동안 때때로 정책 이슈와 관련해 이견을 보여왔던 전경련과 상의가 조직 확대 문제로 서로를 견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전경련으로서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대화 채널에서 상대적으로 상의에 비해 밀리고 있던 상황이라 이번 발표로 전경련의 위상을 복원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반면 상의는 오랜만에 잡은 경제계 대표주자라는 상징성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단기간에 맞불을 놨다.

이에 대해 전경련 관계자는 “절대 상의와 다투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고 “두 단체 모두 새로운 시대에 맞춰 변화를 추진하려고 하는 것으로 봐달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전경련 회장단 및 회원사 영입 결과에 따라 상의가 또 다른 조치를 취할 수도 있는 설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