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김치'는 '신치(辛奇)'가 될 수 있을까

2013-11-26 14:35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겨울의 문턱이 가까이 오면서 여기저기 김장이 한창이다. 갓 담은 김치에 잘 삶아진 수육 한 점을 먹으며 역시 '김치'라는 탄성이 이집 저집에서 들려온다.  이제는 한류를 타고 전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는 김치. 최근 김치의 중국 명칭 개명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얼마전 농림수산부는 김치의 브랜드화와 중국인의 김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파오차이(泡菜) 혹은 라바이차이(辣白菜)라고 불리던 것을 '신치'(辛奇)로 개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영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국인보다 한국음식을 즐기는, 청국장이 너무 좋다는 한 중국인 친구도  “신치는 우선 음식이름 같지 않아요, 이쁘지도 않고 솔직히 좀 웃겨요” 라며 왜 바꾸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름은 단순히 명칭이 아니라 그 본질을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다. 이름이 본질의 이미지를 만들고 이름이 본질의 가치를 결정하기도 한다. 특히 언어의 특성상 음성과 의미전달이 모두 중요한 중국의 경우 소위 ‘브랜드 네이밍’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한국 오리온은 훌륭한 브랜드명을 바탕으로 초코파이의 중국 성공을 이끌었다. 동양제과라는 한자명이 있지만 동양(東洋)은 중국인에게는 역사적 이유로 일본을 연상시킨다는 점을 고려, 오리온과 발음이 비슷하고 뜻도 훌륭한 하오리여우(好麗友ㆍ좋은친구)라는 이름으로 시장돌파에 성공했다.
 
그러나 신치는 어떤가. 우선 중국인들은 오랫동안 파오차이라는 이름으로 김치를 불러왔다. 이미 익숙한 것을 바꾸는데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다 심지어 음성과 의미도 낯설다. 특히 맵다는 의미로 사용한 신(辛)자는 중국에서 고생스럽다는 의미로 개명의도와 어긋난다.
 
김치는 단순히 상품이 아닌 고유의 문화이자 전통이고 정신이다. 그만큼 세계로 나가는 우리의 김치에게 신중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걸맞는 이름을 입혀줘야 하지 않을까. 섣불리 정한 이름이 김치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