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고래 전장 유전체 최초 규명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국내 연구팀이 해양생명체 중 인류와 유사한 유전자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 해양포유류인 고래 유전체적 특성을 세계 최초로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25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테라젠이텍스바이오연구소 연구팀이 주도하고 국내외 24개 기관 55명의 연구자가 참여한 공동연구팀이 차세대 시컨싱기술을 이용해 우리나라 근해에 서식하는 밍크고래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을 해독‧분석했다.
차세대 시컨싱기술(NGS)은 생물체 유전 정보를 구성하는 DNA 염기서열 정보를 저비용, 고속, 대용량으로 분석하는 기술이다.
고래는 수염고래와 이빨고래로 구별되며 밍크고래는 수염고래 중 개체수가 가장 많은 종으로서 국내 동해 근해를 중심으로 1년에 80~100마리 정도 혼획된다.
한국시각으로 25일자 네이처 제네틱스 온라인판에 게재된 이번 연구 결과는 ‘밍크고래 유전체와 고래목의 수상 생활 적응’ 이라는 제목으로 수록된다.
포유류인 고래 저산소, 해수 등에 관한 해양적응 기작을 이해함으로써 인간의 저산소증, 심혈관질환 등과 같은 여러 질병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래는 지구 생물 중에서 가장 큰 포유류로 약 6000만 년 전 육지에서 바다로 서식지를 옮겨 진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고래 유전체 연구는 진화에 대한 학술적 가치는 물론이며 포유류로서 해양에 적응해 온 고래의 독특한 생리 현상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인간의 질병 연구에도 기여를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 중국 등 그동안 생물유전체 연구를 선도해온 국가들이 고래 유전체 해독을 진행하는 시점에서 거둔 성과로서 앞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고래 분자 유전학 분야를 선도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논문 공동 제1저자인 해양과기원 임형순 박사는 “이번 논문은 고래류의 공통된 생리적, 형태적 특성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는 최초의 연구 결과”라며 “앞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고래 유전체 연구를 이끌어 갈 기반을 마련한 성과이며 향후 해양 포유동물 생태계 전반의 연구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비교유전체 연구를 위해 긴수염고래, 병코 돌고래, 상괭이 유전체도 해독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포유류 해양 적응 및 진화, 그리고 인간 질병과 연관성에 대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해양과기원 단장 이정현 박사는 “어류와 달리 아가미가 없는 고래는 호흡하지 않으면서도 최대 1시간 이상 잠수할 수 있는 특이한 포유류”이라며 “이는 산소 결핍에 적응할 수 있는 좋은 기전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산소증이 인간의 뇌졸중, 심장마비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하면 저산소증 관련 질환의 치료제 개발을 비롯한 의학계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밍크고래의 유전적 다양성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해양·극한 생물자원 확보와 유전체 해석을 통한 유용 유전자 대량 발굴 등을 목적으로 하는 해양수산부 해양생명공학기술개발사업의 ‘해양·극한생물분자유전체연구단’ 과제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