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硏 "금융지주사 효율성 높이려면 자회사 경영협의체 둬야"(종합)
2013-11-21 16:20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자회사 경영과 위험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의결기구가 책임회피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 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의 권한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21일 한국금융연구원의 이시연 연구위원은 이날 서울 YWCA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사 제도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금융지주회사 체제는 현재 국내 금융산업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운영체제로 자리잡았으나, 최근 다양한 문제점도 제기된다"며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금융지주회사 제도는 외환위기 이후 원활한 금융산업 구조조정 및 겸업화ㆍ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2000년 도입됐다. 현재까지 우리, 신한, 한투, 하나, KB, SC, 산은, BS, DGB, 메리츠, 농협, JB금융까지 총 13개의 금융지주사가 설립된 상태다.
금융산업의 대형화에는 이바지했으나 은행 등 특정산업에 대한 수익력 쏠림현상이 심하다는 점, 자회사 경영관리업무의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 등 지주사 체제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개별 업권 중심의 국내 감독ㆍ검사 체계 또한 금융지주회사 제도와 부조화되는 측면이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연구위원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해 크게 △지배구조 개선 △부가가치 창출 확대 △통합감독기능의 강화 세 가지 측면에서 대안을 제시했다.
가장 먼저 그는 "금융지주사의 전략기능 강화를 위해 자회사 경영의사결정과 집행에 대해 명시적으로 협의 및 결의하는 경영관리위원회(MEC)와, MEC 의결사항 등 지주회사 차원의 주요 의사결정이 갖는 위험을 명시적으로 검토 및 협의하는 위험관리협의회(REC)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협의회를 통해 권한의 위임과 집행,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의 투명성을 높여 지주사의 전략 기능과 통합적 리스크관리 기능을 동시에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MEC와 REC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이 연구위원은 "임원의 성과평가와 보상 또한 양 협의체 의결사항에 근거해 이루어지도록 설계해야 한다"면서 "이사회 내 과반수 이상의 사외이사 선임 요건 면제 등 완전자회사에 대한 지배구조 특례의 실효성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연구위원은 "지주회사 체제 내 임직원 겸직요건 완화 등으로 기능적 조직 활용 여건을 확대하고 해외 자회사 신용공여에 대한 담보 취득의무 면제, 지주회사를 통한 자회사 자금조달에 대한 요건 보완 등 자금운용 효율성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밖에도 지주사 CEO의 불합리한 영향력 행사 등을 막기 위해 내부통제장치 운영에 대한 검사 및 감독을 강화하는 체계를 도입할 것을 제시했다.
그러나 발표 이후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협의체 구성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남기명 우리은행 부행장은 이에 대해 "지주회사 CEO가 의장을 맡는 MEC나 REC 같은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것은 지주회사 회장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권한을 더 강화하는 방안"이라며 "수직적 조직문화를 가진 한국의 현실에서 또 하나의 옥상옥 부서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은 "지주회사 CEO와 자회사 간 직무 권한과 실무를 명확히 하는 데 있어서는 MEC가 긍정적일 수 있으나 의결기구화 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이 장기적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공식적 의결기구가 생기면 지주회사 CEO의 독단적 결정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