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혹독한' 1년 보낸 전선업계, 내년엔 볕 들까

2013-11-21 15:59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올해 처럼 한 해가 빨리 지나가길 바란 적은 없을 겁니다."

최근 만난 한 전선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각기 이유는 다르지만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 각종 비리 의혹까지 국내 전선업체들은 올해 최악의 1년을 보냈다.

특히 LS전선은 그동안 곪아왔던 원전 비리 문제가 터지면서 전 국가적 질타의 대상이 됐다.

LS전선이 지난 2005년 인수한 JS전선은 원전용 케이블을 위조된 시험성적서로 납품하고 수년간 경쟁사와 담합한 사실이 발각됐다. 이로 인해 JS전선은 한국수력원자력으로 부터 회사 순자산 규모인 1300억원에 해당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한수원은 또 JS전선의 대주주인 LS전선에도 위조 지시 또는 묵인 등 위법 여부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한 상태다.

이번 사건으로 LS그룹 오너 일가인 구자은 LS전선 사장은 지난달 18일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민께 송구하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며칠 뒤 LS그룹은 주요 신문에 대국민 사과문을 실었다.

1960년대까지 재계 서열 5위 안에 손꼽히던 대한전선은 실적 부진과 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결국 오너인 설윤석 사장이 경영권을 포기하는 데 이르렀다. 

2000년대 중반 무분별한 인수합병(M&A)으로 입은 막대한 손실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회사의 운명을 채권단의 손에 넘겨준 것이다. 채권단은 올해 안에 출자전환 규모를 7000억원대로 확대해 회사를 정상화한 뒤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할 계획이다.

전선업은 1960년대 기간산업으로 국가 경쟁력 강화의 원동력이 된 산업이다. 그러나 전력·통신망 구축이 일단락되고 저성장 궤도에 진입하면서 국내 전선회사의 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살아남은 기업조차 최근 몇 년 간은 업황 침체로 인한 실적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원전 비리까지 터지면서 비리의 온상이라는 오명도 불가피하게 됐다.

하지만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과거의 실패와 잘못은 반면교사로 삼고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올해의 위기를 전화위복 삼아 내년에는 국내 전선업계가 새롭게 태어나는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