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명부 '피해자 배상' 놓고 고심

2013-11-20 13:49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새로운 일제강점기 피해 자료가 발견되면서 외교부가 입장정리에 고심하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뿐 아니라 3·1운동과 일본 간토(關東)대지진 피살자 명부가 지난 19일 공개되면서 일제강점기 피해자 배상문제에 대한 정부 입장을 재정리하는 일이 더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그동안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이하 한일협정)에 일본군 위안부와 원폭 피해자, 사할린 동포에 대한 피해 배상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피해 사안에 대한 배상은 사실상 한일협정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정부 해석이었다.

외교부는 그러나 지난해 5월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권이 남아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데 이어 강제징용 피해자 개인에 대한 사법부의 배상 판결이 잇따르자 "현재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었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돌출된 3·1운동과 간토대지진 피해자의 배상 문제에 대해서도 기록원의 브리핑이 있던 19일 오후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록을 봐가면서 검토를 한 다음에 그 결과를 놓고 (일본 측에)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번 사안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처럼 일본 정부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안인지를 놓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사안이 한일협정으로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와 일본 정부에 책임문제를 제기할 성격인지 등을 재차 따져보고 있지만, 쉽사리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3·1운동이나 간토대지진 등 사안 자체는 새로운 사안이 아니다"며 "명단 자체가 새로운 명단이라고 해도 기존에 있는 카테고리 안에 있다"고 말했다.
 
 3·1운동 때 일본 헌병이 민간인을 사살한 만큼 일본정부 행위이지만 한일협정 협상 과정에서 우리 측이 일본 측에 "우리가 독립운동 희생자들이 있음에도 (배상을)청구하지 않았다"고 언급한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간토대지진의 경우 민간 자경단이 학살을 저지른 경우가 상당수인 만큼 정부간 배상 문제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검토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제국주의 만행을 보여주는 새 자료가 나와 정부가 어떻게든 일본 정부를 향해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부담스러운 상황인 것.

여기에다 3·1운동이나 간토대지진 희생자 후손이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해 배상청구권이 있다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외교부의 고민이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