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포스코, 스스로 정당한가?
2013-11-18 06:00
이럴 바에는 아예 포스코 회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에 맞춰 5년 단임제로 수정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들리고 있다.
포스코에 한평생을 바친 이들에게 회장이라는 자리는 한 번쯤은 가슴에 품어볼 만한 '꿈'이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철강기업의 수장 자리를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포스코 회장에 오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경쟁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 후계자 양성과정에서도 경쟁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이를 통해 회장 후보자들은 1~2명으로 압축된다고 한다. 회장 후보군으로 오르내리는 포스코 내부 인사들은 이런 과정을 거친 사람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후보 양성코스를 운영한다고 해도 최종 회장 후보자를 낙점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바로 청와대이며, 정치권과의 이해관계라는 것은 왜일까. 왜 국민들은 민간기업인 포스코 회장의 사임 소식을 청와대를 통해 들어야 하는 것인가. 포스코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치부만 할 일은 아닌데, 국민들도 포스코 문제는 '그런가 보구나' 하며 의심을 하지 않는다. 포스코인들은 이런 상황이 안타깝지 않은가 보다.
그래서 의문이 든다. 과연 포스코 전 임직원들은 청와대와 정치권의 개입을 막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을까? 이 질문에 포스코인들은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기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포스코 내에서는 새 회장 후보가 누가 될 것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줄서기가 시작된다. 마치 공무원들이 출신배경과 출신학교, 고시 기수를 보고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과 유사한 모습이다.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쓰지만 동요하고 있는 임직원들의 모습은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포스코 내에서 벌어진 줄타기 싸움이 과도하게 전개돼 기자가 직접 목격한 것도 수 차례에 달한다. 정 회장 취임 전후 경쟁인사의 편에 섰던 사람들은 자신의 선배·후배이기도 한 정 회장에 대한 갖가지 악성 루머를 퍼뜨렸고, 포스코의 부정에 대해 검찰에 제보를 하는 등 막장싸움이 이어졌다. 이러한 분란을 무마시킨 이가 박태준 명예회장이었는데, 그가 모든 것을 중단하라고 하자 그제야 상황은 잠잠해졌다고 한다.
수면 아래에 있던 이들이 다시 활동을 재개한 것은 박 명예회장의 별세 직후인 2011년 말쯤이었다. 이때는 정 회장의 연임 이슈가 걸려 있었는데, 이들은 정 회장에 대해 의도적인 흠집내기를 벌이며 연임을 저지하려고 했다.
제철소는 상명하달식 조직체제가 유효하다. 바람에 날리는 작은 불똥 하나의 온도가 방열복을 녹일 만큼 고온일 정도로 주변에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있고, 생산과정 하나만 잘못돼도 제철소 전체가 가동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임직원들간에 강한 단결력이 있어야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그런 포스코가 회장 인사철만 되면 편가르기를 하고 서로를 물어뜯으려고 한다. 권력과 거리를 둔 포스코 인들은 이들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비판하지 않고 침묵한다. 침묵이 회사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여러 번 경험했으니 곧 그러다 말겠지 하는 포기심리인지 잘 모르겠다.
오너가 없는 기업으로서 포스코는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만큼 성공한 기업으로, 세계 유수의 경영대학원(MBA)에서도 연구사례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 포스코가 여전히 정권에는 꽃놀이패 중 하나로만 여겨지고 있다. 포스코인들이 직접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권력자들의 간섭은 더 심해지는 것이 아닐까? 포스코인들의 좀 더 단호한 자세가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