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창대 결과는 미약'...용두사미 교육부

2013-11-14 18:28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문이과 통합, 자사고 선발 등 추진 정책마다 ‘미끄덩’

아주경제 한병규 기자 = "괜히 건들여 놓기만 하고… 어떻게 수습할지 문제일 것 같아요."

14일 교육현장에서 흘러나온 한 고위관계자의 한 마디가 의미심장하다.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 '사교육 억제' 등 박근혜 정부의 핵심정책을 수행할 교육부가 휘청이고 있다. 

교육부는 전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법원으로부터 효력정지 가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모습이었다.

코너에 몰아 붙이던 상대에게 카운터펀치 한방 맞고 그로기에 빠진 양상이다. 이제 수년 정도 걸릴 법정싸움에서 이길 방안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한 교육계 인사는 "적어도 이번 정권에서 결론나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애초 쉽지 않다고 봤는데 왜…"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물론 이 문제는 고용노동부 주도 하에 시작됐지만, 방하남 고용부 장관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장에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동석한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 '공동주역'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일 뿐만이 아니다. 교육부는 새 정부 출범 첫해 의욕적으로 정책을 내놓고 있으나 '시작은 창대하되 결과는 미약한' 용두사미 정책만 양산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날 교육계 인사들은 전날 상황에 대해 '전교조 기만 더 살려줬다', '약 2주 동안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후속조치를 이행하던 시ㆍ도교육청의 노력이 헛 일이 됐다'는 등 비판을 내놨다. 

그러다가 결국 올해 교육부가 다룬 현안들 대부분이 초라한  양상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을 끄집어내기에 이르렀다. 최근 교육부가 내놓는 정책마다 엉뚱한 결과를 낳는 것에 안타깝다는 반응으로 이어진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산하단체 한 관계자는 "자사고를 오히려 좋게 만들었다. 문이과 통합안도 실현 가능성이 요원한 것 같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올해 추진했던 일반고 육성방안에서 제기된 자립형사립고 학생 전원 추첨 선발은 물론, 대입제도 개편 방안에서 문이과 통합안과 같이 제법 이목을 끌만한 이슈를 던져놓고 확정방안에서 원점으로 회기했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자사고 선발방식이 '전원 추첨'에서 '추첨+면접'으로 변경된 안의 경우 또 다른 사교육을 불러올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제기되는 등 현 정부 공약을 무산시킬 만큼 '이상한' 정책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 강남의 모 보습학원 원장은 "특목고 입시에서 면접에 대한 사교육이 극성인데 자사고 입시마저 면접이 되니 관련 업체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일련의 상황에 대해 교육계 전문가들은 "제대로 소통이 되지 못한 상황에서 정치권 눈치를 보며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방식이 문제"라며 "교육 관료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로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