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도전자 '절박함' 버리고 선도자 '비전' 제시

2013-11-06 17:08

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 애널리스트 데이 2013' 행사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장기 경영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아주경제 이재호ㆍ이혜림 기자 = 지난 2005년 이후 두번째로 개최된 삼성전자의 애널리스트 데이. 권오현 부회장 등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은 자신감에 가득차 있었다.

8년 전 첫 애널리스트 데이 당시만 해도 미국과 일본 기업을 넘어서고야 말겠다는 절박함과 초조함이 여실히 느껴졌지만 이날 행사는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의 여유와 함께 새로운 시장 창출에 대한 확신을 볼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지속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선다. 그동안 그룹 내 계열사들이 힘을 합쳐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분야에서 성공을 거뒀다면 이제 개방적이고 공격적인 투자 및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나갈 방침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존 인포테인먼트 중심의 사업 구조를 헬스케어와 편의·안락, 환경 등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비즈니스로 확대하고 소프트웨어와 솔루션 역량 강화로 2020년 매출 4000억 달러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시장 만들어 가며 성장한다 

권 부회장은 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 애널리스트 데이 2013'에서 "아직 삼성전자가 성장할 여력은 크다"며 "주력 사업과 성장 사업이 시장 평균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글로벌 최상위권에 올라선 주력 사업의 뒤를 받칠 수 있는 새로운 시장 창출 의지를 피력했다.

권 부회장은 "제조 분야의 역량을 활용해 해상도가 높은 의료장비를 공급할 예정"이라며 "고객의 니즈와 기술을 접목시킨다면 헬스케어나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과 보안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해 B2B 시장에서 의미있는 실적을 내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기존 주력 사업을 키우며 갖춘 노하우를 확대 발전시켜 성장 잠재력이 큰 신규 시장 및 틈새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삼성전자의 경영 스타일에도 변화를 주기로 했다. 권 부회장은 "지금까지 보수적이었지만 앞으로는 공격적으로 기업을 인수할 것"이라며 "대상 기업이 우수한 기술력이 있다면 개방적으로 인수를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도 "삼성전자의 현금 유동성은 50조원에 달한다"며 "신규 사업 확대와 핵심 사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M&A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 주력 사업도 신 성장동력 창출 박차 

기존 주력 사업도 기술 경쟁력 강화와 프리미엄 시장 개척으로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린다는 각오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신종균 IM부문 사장은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일부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LTE 단말기가 새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2017년까지 LTE 스마트폰 시장이 6억8000만대 규모로 늘어나 전체 스마트폰의 50%를 차지할 것"이라며 "이는 삼성전자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세계 최초로 LTE-A 스마트폰을 출시한 데 이어 내년 중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도 해당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TV 시장도 최근 수년간의 침체기에서 벗어나 성장세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윤부근 CE부문 사장은 "내년부터 TV 시장이 1000억 달러로 다시 커질 것"이라며 "UHD TV를 중심으로 성장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삼성전자는 UHD TV 시장을 계속 선도할 것"이라며 "경쟁사들이 쫓아오지 못하도록 최상의 화질에 창의적인 디자인을 입혀 다양한 제품을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업황 개선이 시작된 반도체의 경우 유일무이한 제품으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이다.

전동수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모바일 중심의 반도체 시장에서는 1등만 살아남을 수 있다"며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메모리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친환경 솔루션과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V낸드 등 경쟁사보다 앞선 기술력으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