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리뷰] '붉은 가족'에서 韓 딜레마의 해답을 찾다?

2013-11-06 08:54

'붉은가족' 포스터[사진제공=김기덕 필름]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영화 '붉은 가족'(감독 이주형·제작 김기덕 필름)은 단순히 남과 북의 이념에 따른 문제만 지적하는 영화가 아니다. 겉으로는 남북문제를 내세우면서 우리네 가족문제를 꼬집고 있다.

영화는 지극히 평온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출발한다. DMZ 철조망 너머 북한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단란한 가족. 이들은 식사 중에 옆 테이블에서 티격태격하며 반찬 싸움을 하는 다른 가족과 비교되며 행복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붉은 가족'은 누가 봐도 화목한 가족이 알고 보면 '위장'한 고정간첩이라는 사실을 알리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겉모습과 달리 위험한 비밀 활동을 수행하며 하루하루 죽음의 공포와 싸워야 하는 남파간첩 가족 암호명 '진달래'의 이야기. 할아버지(손병호)와 아빠(정우), 엄마(김유미), 그리고 손녀(박소영)로 이뤄진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남북문제와 동시에 가족간의 문제를 끄집어낸다. 

남과 북이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대비되듯이 영화에 등장하는 두 가족 역시 확연히 다른 성격을 보인다. '물질만능주의'를 상징하는 돈을 두고 티격태격하며 바람잘 날 없는 하루를 보내는 남한 가족과 큰 소리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화목한 진달래는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동경한다. 마치 완전히 성격이 다른 남과 북의 현재를 상징적으로 담아냈다.
 
'붉은 가족' 스틸 컷[사진제공=김기덕 필름]
 
영화는 자의가 아닌 운명에 의해 결정되는 국가와 가족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국가에 태어남으로써 당연시되는 사상 교육, 그리고 출생에 따른 가족간의 의무나 권리, 그에 따른 책임에 대한 고민을 공론화하면서 정점을 찍는다. 

이를 보여주듯 스크린 곳곳에는 남북분단의 원인과 북한 정서를 논하는 모습이 종종 그려진다. 남과 북의 대표자를 상징하는 두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핵 개발'과 '이산가족' 문제를 두고 언쟁을 펼치는 장면은 남북 정서의 뚜렷한 차이를 그대로 옮겨 담았다. 

또 겉으로 보기에 화목한 진달래와는 달리 얼굴만 보면 싸우는 남한 가족들의 모습에서 현재 우리 사회의 단절된 가족관계를 오롯이 보여준다. 가족간의 대화 단절, 자녀를 향한 관심의 부재 등을 남한 가족의 대화 속에 담아내면서 가족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 낸다. 

특히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서 옆집에 사는 남한 가족을 죽여야 하는 현실과 마주친 진달래의 흔들리는 눈빛에서는 세계 유일 분단 국가의 현실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을 엿볼 수 있고, 죽이지 않으면 죽어야 하는 비현실적인 현실 앞에 놓인 진달래가 '의리'와 '정'을 선택하면서 죽어가는 장면은 압권이다.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국가(북한)가 주입한 사상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사회(남한)의 자유로운 체제에 물든 진달래가 죽기 직전에 그들의 평소 모습을 흉내 내면서 울부짓는 신에서는 그 어떤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붉은 가족'은 거부하려야 거부할 수 없고, 수용하려야 수용할 수 없는 한국 사회의 딜레마를 생생하게 환기시키면서 마무리된다.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진달래의 울부짖음 속에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남북문제, 그리고 가족문제의 해답이 있을까. 오는 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