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통령의 사돈’이라는 이유로 끌어안아야 할 슬픔

2013-11-05 06:01

이상준 산업.IT부 부국장
‘대통령의 사람들’은 주목을 받는다. 최고 권력권자와 인척 관계로 엮인 사이라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의심의 눈초리를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돈이 기업인이라면 그 정도는 특히 더 하다. 1인자의 사돈 기업인이라는 거창한 배경에 다들 부러워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란다. 어떤 사업이건 새로 시작하려고만 하면 이권,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과 비난이 쏟아지니 이를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특별한 이슈만 발생하면 혐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무조사와 압수수색이 수시로 벌어져 이유도 없이 기업 임직원들까지 죄인 취급을 받는 점 또한 고통이라고 한다.

효성그룹에 대한 뉴스가 끊이지 않는 배경 또한 ‘대통령의 사돈기업’이기 때문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개연성을 떨쳐 버릴 수 없는 정황이 끊임없이 목격되고 있다.

엄격히 말하면 효성은 이명박 前 대통령의 직접 사돈이 아닌 동생의 사돈이다. 그런데도 전 정권 내내 사돈기업이라는 타이틀 속에 수난을 겪어왔다. 

지난 2009년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당시 해외 기술유출 우려가 높아 국내기업에 매각돼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했다. 당시 국내기업 중 선뜻 나서려는 기업이 없자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사였던 효성그룹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두 장짜리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다. 의향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말 그대로 “인수를 할 의향이 있다”는 의견만 명기돼 있는 서류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대통령 사돈기업이 참여한다는 것은 이미 주인이 결정된 것 아니냐”, “하이닉스를 효성에 헐값에 매각하려 한다”는 근거 없는 특혜설이 불거졌다. 심지어 채권단이 제시한 ‘하이닉스 분할 매각’ 조건조차 대통령 사돈기업의 인수를 돕기 위한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도 제기됐다. 결국 효성은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했다. 신사업의 기회를 포기한 것도 아쉽지만 이유 없이 터져나온 비난으로 인해 입어야 했던 상처는 더 크고 깊었다.

2008년 당시 중공업, 건설 비자금 의혹조사, 해외 부동산 구입 문제 등 검찰이 전 정권 시절부터 진행했던 효성그룹에 대한 집중 수사가 혐의없음으로 종결되자, 국회의원들은 ‘검찰 봐주기’라며 효성그룹을 흔들었다. 중공업 수사는 경영진 120명이 조사받고 45명의 계좌도 조사했으며 40박스 분량의 자료를 통해 철저한 수사를 거쳐 내려진 판결이었으며, 해외 부동산 구입은 대법원까지 가서 최종 종결된 사안이었다. 근거 없는 낭설에 꽂혀 법원의 판결까지 믿지 못하겠다는 국회의원들의 주장에 효성그룹에 대한 의심의 눈길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가장 긴장하는 집단이 기업이다. 박근혜 정권 첫해인 2013년에도 어김없이 기업에 대한 박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50여개가 넘는 기업들이 세무조사를 받았고, 검찰도 끊임없이 기업에 화살을 겨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 정권의 사돈 기업인 효성그룹이 조용할 리 만무하다. 효성그룹은 이미 다른 기업과 비교를 할 수 없을 만큼 확산된 루머와 소문에 피해를 입은데다가, 15년전 부실 정리과정이 잘못됐다며 국세청으로부터 3652억원을 추징당했고,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이것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으니 당장 효성그룹은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현 정권도 4년 후에는 전 정권이 된다. 현재의 상황을 놓고 봤을 때 다음 정권도 현 정권의 수혜를 입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기업들에 대해 대대적인 사정을 할 것은 분명하다.

이런 상황이 뻔히 내다보이는 가운데 과연 기업들이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부응해 투자·고용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