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포스트 국감’ 입법전쟁 돌입…경제활성화 vs 경제민주화

2013-11-03 18:37
‘대선불복 블랙홀’에 험로 예고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국정감사 일정이 사실상 마무리 되면서 여야는 4일부터 본격적인 정기국회 입법전쟁에 시동을 건다.

여야 모두 민생을 최우선 목표로 꼽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경제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처리 등에 방점을 찍으며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에 의한 대선 개입 의혹이 여전히 정치권을 휩쓸고 있고 있어 입법 과정에서 험로가 예고된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오는 5일 국회에서 최경환 원내대표와 김기현 정책위의장, 나성린 정책위부의장, 현오석 부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협의를 열고 입법 전략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 4일 부동산 당정협의…여야, 부동산 정책 놓고 충돌

국회는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법률안이 대거 처리된 이후 4개월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던 만큼, 각종 민생 법안들이 해당 상임위원회별로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우선 침체된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4·1, 8·28 등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부동산대책의 후속 입법을 놓고 여야 간 충돌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취득세 영구 인하 소급 적용 시점을 두고서는 부동산 대책 발표일, 상임위 통과일, 내년 1월 1일 등을 놓고 정부와 여당이 다른 목소리를 내며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소속 안전행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의원들은 정부와 4일 각각 당정협의를 열어 취득세 인하와 부동산 규제완화 문제를 협의한다.

민주당 등 야당은 정부 부동산 대책 가운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수직 증축 허용, 분양가 상한제 신축 운영 등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이미 규제의 실익이 상실돼 논의해 볼 수 있겠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앞으로 시장 과열에 대비한 안전장치로 남겨놔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신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전월세 상한제 도입, 최우선 변제액 상향 현실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취득세 인하에 따른 지방 세수 감소액 보전 비율을 50%로 한정했으며 소급 적용할 경우, 올해 거래분에 대해서는 예산을 책정하지 않은 상태다.

◆ 재계, ‘외촉법’ 처리 여부에 비상한 관심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외국인투자촉진법도 시급한 법안 중 하나다.

총 2조3000억원 규모의 사업이 걸려 있는 이 법안은 재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일례로 SK그룹의 손자회사인 SK종합화학과 SK루브리컨츠과 GS그룹의 손자회사인 GS칼텍스 등이 외국 기업과 투자사 설립을 추진해왔지만, 관련 규제에 묶여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외국회사와 공동출자해 자회사(증손회사)를 설립할 경우 손자회사가 가져야 하는 최소 지분율을 현행 100%에서 50%로 완화하는 내용의 외촉법 개정안을 처리해 외국인 투자 유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은 특정 대기업에 특혜가 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는 정부가 5년마다 의료·교육 등 서비스산업 발전에 관한 중장기 정책 목표와 기본 방향을 정하는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정부의 ‘고용률 70%’ 목표 달성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전용 주식거래 시장인 코넥스를 활성화해 창업을 육성하겠다는 중소기업 창업지원법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올라와 있으나 여야 간 이견이 적지 않다.

현재 상장 기업에 대해 20% 이하로 제한돼 있는 벤처캐피털의 투자 비율 상한선을 코넥스 기업에 대해서는 없애자는 취지지만, 민주당에서는 과거 벤처열풍과 비슷한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 정쟁에 매몰된 여야…올해도 새해 예산안 처리 차질 우려

여야의 대선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최근 동양그룹 사태로 재주목을 받게 됐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경제민주화 법안 가운데 여야의 이견이 가장 큰 법안은 순환출자금지 법안이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순환출자 금지법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로, 자산합계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출자총액제한대상)에 대해 계열사끼리 신규 순환출자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세제개편안과 영유아보육법,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통상임금 개편안, 비정규직 학교 교원 문제 등에 대해서도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야가 각종 법안 처리를 두고 대치가 길어질 경우, 새해 예산안 처리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예산안 처리는 법적 시한은 12월 2일이다.

이를 위해 국회는 지난해 5월 국회는 예산안에 대해 기간(11월 30일) 내 심사를 못 끝낼 경우 본회의에 자동 상정이 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여야는 올해 5월 이런 내용을 규정한 부칙의 시행시기를 내년 5월로 연기하면서 올해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여야 합의를 서둘러야 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대선 개입 의혹 문제를 경제·민생법안 심사와 연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새누리당은 102개 경제 활성화 중점 법안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야 간 합의가 필수인 국회선진화법에 발이 묶여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