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 사의 표명…검찰 수사로 연이은 CEO 교체

2013-11-03 18:01

아주경제 이한선 기자 = 이석채 회장이 3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KT에서 검찰 수사로 수장이 물러나는 파행이 이어지지게 됐다.
 
이 회장은 KT 회장에 오르면서 국내 첫 스마트폰인 아이폰 도입과 KT의 사업 다각화를 이끄는 등 국내 통신시장에 스마트폰 생태계를 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이폰 도입은 한동안 이석채 회장의 트레이드 마크로 작용하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과감하게 외산 스마트폰을 도입하면서 생태계 도입에 기여를 하면서 한동안 KT가 스마트폰 도입 초기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아이폰 관련 이슈를 선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포화상태인 국내 통신시장에서 BC카드와 렌터카 업체 등을 인수하면서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서기도 했지만 성과를 내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KT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매각을 통한 자산 현실화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있었다.
 
조직 합리화 과정에서 직원 해고와 외부인사 영입이 이어지면서 반대 세력이 형성된 것도 이번 사의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풀이다.
 
이 회장 반대세력의 대표적인 곳이 해고된 이해관 전 노조위원장이 대표로 있는 KT 새노조다.
 
이해관씨는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증인으로 출석해 이 회장이 M&A와 자산 매각을 통해 KT에 손실을 끼쳤다는 증언을 했다.

이 회장과 새로 영입한 인사들에 대한 고액 연봉 지급 논란도 불거졌다.
 
새노조는 이회장의 사업다각화 정책이 KT의 통신 경쟁력을 훼손하기만 했다고 비판한다.
 
이같은 비판은 실제 KT가 LTE 서비스를 늦게 시작하게 되면서 가입자가 줄어드는 등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 회장은 검찰 간부 출신을 영입하면서 이같은 반대 세력에 대응하는 준비를 해왔지만 역부족이었다.
 
새노조의 주장에 권은회 국회의원 등 KT 출신 국회의원과 시민단체가 동조하면서 결국에는 검찰까지 나서게 됐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사퇴는 KT가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회장 전임 CEO가 검찰 수사로 물러난 데 이어 또 다시 이같은 사례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오너가 따로 없는 민영화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하에서 정권 교체에 따라 낙하산 인사가 들어서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의 회사 운영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게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정부 지분이 없는 기업에 정권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 근절돼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사의 표명으로 새 회장의 선임도 속도가 붙게 됐다.

KT는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퇴임일자를 정하고 퇴임일자 기준 2주 이내에 사외이사 7명 전원과 사내이사 1인이 참여하는 CEO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게 되고 위원장을 제외한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새 회장 후보를 의결하게 된다고 밝혔다.

새 회장 후보는 이후 주총 결의를 통해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