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물류산업이 불안하다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해운과 항공, 육상 운송 등 한국의 물류산업이 불안하다.
특히 글로벌 물류 시장에서는 조금씩 회복의 기미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는 회복은 고사하고 위험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업계 내부에서도 불안감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운과 항공, 육상운송 등 국내 물류산업계가 실적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물류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들도 장기간 지속된 침체로 인해 누적된 경영 부담이 그룹의 위기로 까지 이어지고 있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한진그룹이 전날 유동성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진해운에 15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해 주기로 결정한데 대한 시장의 부정적 시선이 이를 반영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지원 결정이 한진그룹과 한진해운 양측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한진해운 지분 15.33%를 담보로 잡았으나 해운시장의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고, 한진그룹의 주축인 대한항공의 실적도 부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과 대한항공 등 해운과 항공에서 모두 국내 업계 1위 기업을 보유한 한진그룹마저 시장에서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진그룹의)이번 자금 대여로 사실상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익스포저(위험노출)는 20%를 상회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 160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3.2%나 하락했다. 항공업계 2위인 아시아나항공 역시 지난 2분기 영업손실 229억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고, 3분기 실적도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은 모그룹인 금호아시아나가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 중인 금호산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로 인한 리스크까지 안고 있다.
해운업계 사정은 더 심각하다. 업계 1위인 한진해운은 이번에 한진그룹으로부터 15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받으며 숨통이 조금 트이긴 했으나 이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한진해운은 올해 안에 2050억원의 기업어음(CP) 만기가 돌아오고, 내년까지 31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업계 2위인 현대상선도 내년까지 4000억원의 CP를 갚아야 한다.
국내 업체들이 어려움에 허덕이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은 회복을 알리는 청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올해 들어서 전 세계 해운회사에 투자한 금액이 27억 달러(한화 약 2조9000억원)를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글로벌 해운시장에 최근 3년 간 가장 높은 투자금액이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해운시장 회복을 예측한 투자자들의 돈이 해운업계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또 육상운송을 기준으로 한 3자물류 시장에서도 글로벌 시장과 국내 시장이 서로 반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국내외 물류산업 통계집’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시장에서 3자물류 분야 총매출액은 전년보다 11.2% 증가한 6851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국내 3자 물류매출액은 지난해 115억 달러로 오히려 전년보다 0.9% 감소했다.
임재국 대한상의 물류혁신팀장은 “국내 3자 물류회사들이 운송, 보관, 하역 등에서부터 물류정보시스템 구축까지 물류의 포괄적인 기능이 아닌 배송 위주의 단순한 수준에 머물러 있고, 그러다 보니 해외시장으로의 돌파구를 찾을 역량을 갖추지도 못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그룹계열사들이 주도하는 2자 물류가 확대되면서 3자물류 시장을 잠식당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