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28 18:20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오는 29일은 '저축의 날' 50주년이지만 시중은행에서 '저축'의 인기는 시들해진 지 오래다.
금리가 낮아 예금의 매력도도 떨어진 데다 은행으로서도 자금을 유치할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말 현재 예금은행의 총예금은 998조8000억원이다. 지난 6월 1000조원을 돌파했다가 다시 소폭 감소한 것이다. 이 중 정기예금은 572조2000억원으로 예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정기적금은 37조원을 기록했다.
은행의 주요 수신상품인 정기예·적금은 최근 들어 증가세가 점차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적금의 증가율은 2분기 말 현재 29.9%다. 올해 1분기 32%에서 떨어진 것이다.
특히 예금은 적금보다 더 맥을 못 추고 있다.
2분기 말 기준으로 정기예금은 전년동기대비 3.4% 감소했다. 예금 증가율이 분기 기준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6년 1분기(-0.7%) 이후 7년 3개월만이다.
월별로도 예금의 증가율은 올해 1월 3.3%에서 2월 0.7%, 3월 0.0%로 내려앉더니 4월(-0.6%)부터 다섯달째 감소세다. 8월말 예금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은 -3.2%다.
예치금액도 단기에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8월 현재 정기예금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1년 이상 2년 미만에 예치된 금액으로 총 393조3000억원이다. 증가율로 보면 1년 전에 비해 4.2% 감소했다.
2년 이상 3년 미만으로 맡긴 예금은 전년동기보다 무려 17.6%가 빠졌고 3년 이상도 4.2% 줄었다. 다만 6개월 이상 1년 미만이 유일하게 18.2% 증가했다.
전통적인 은행 수신이 이처럼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데는 경기 침체에 따른 불황과 저금리 기조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8월 현재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2.60%, 정기적금 금리는 2.93%다. 모두 1년 전에 비해 18.5%포인트와 17%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보면 정기예금 금리는 16개월, 14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자금이 있어도 마땅한 운용처를 찾기 힘든 지금으로선 은행도 적극적으로 저축을 독려하기 어렵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금리가 연 4%대까지 낮아진 상태여서 예금을 많이 유치하면 그만큼 예대마진에서 손해가 날 수밖에 없다.
저축의 날을 기념해 일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에서는 특판예금을 내놓거나 기존 상품에 0.2~0.3% 수준의 우대금리를 얹어주는 행사를 열고 있다. 하지만 금리 수준이나 행사 규모 면에서 예전보다 많이 축소됐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리가 낮다보니 은행에서도 새로운 상품을 내놓기가 부담스러워 기존 상품에 금리를 얹어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라며 "저축이라는 개념이 갖는 의미가 예전에 비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