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자산 처분株 절반은 적자…투자주의
2013-10-28 00:13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형자산을 처분하는 상장사가 늘고 있으나 절반 이상이 적자상태라 투자에 있어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재무구조가 튼튼한 상장사의 처분도 주가 상승이 꾸준히 이어지지 않고 단기효과에 그쳤다.
유형자산 처분이 단기 투자심리 개선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실적과는 정작 큰 연관성이 없어서다. 더구나 부동산시장 둔화 등으로 처분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재무구조 개선 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유형자산 처분에 나선 상장사는 총 34개사로 이 가운데 60%가량인 20개사가 올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으며 2년 이상 적자 지속인 상장사는 14개사에 달했다.
미래산업은 지난 1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18억원 규모의 충남 천안시 차암동 토지 및 건물을 이그잭스에 처분하자 다음 날 미래산업의 주가는 2%대 올랐다. 법정관리 중인 벽산건설도 지난달 10일 우리은행의 담보제공채무 상환 촉구에 488억원에 달하는 종속회사인 안성개발의 토지 및 건물을 매각하자 1% 상승했다. 두 종목 다 장중 5~10% 가까이 뛰었으나 급등세는 단기에 그쳤다.
지난 6월 일경산업개발의 경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총액의 20%에 달하는 83억원 규모의 토지 및 건물을 처분한다는 소식에 가격제한폭까지 뛴 바 있다. 그러나 다음 날 8% 이상 빠졌으며 현재는 주가가 반 토막 난 상태다. 특히 일경산업은 올 상반기 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유형자산 매각 소식이 단기적으로 투자심리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꾸준히 이어지지 않는다”며 “일부 상장사는 연말이 다가오자 상폐기준을 면하기 위해 자산을 처분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유형자산을 처분한 상장사 일부는 수년째 적자가 지속돼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범양건영은 전월 30일과 지난 6월 두 차례에 걸쳐 채무금액 등의 변제를 위해 260억원에 달하는 토지 및 건물을 매각했으며, 동양건설산업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서울 성동구 소재의 땅을 대선건설에 485억원을 받고 팔았다. 이 두 개사는 3년째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외 한국자원투자개발, 로엔케이, 금성테크 등은 부분 자본잠식 상태이며, SK커뮤니케이션, 제이비어뮤즈먼트, 슈넬생명과학, 이필름 등은 2년 이상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경기 불황에 한계에 몰리자 상장사들이 현금을 많이 확보하려 하고 있다"며 "시장에서 자금 조달하기도 여의치 않아 현재 가지고 있는 자산을 처분해서라도 비상자금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