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은서 “악역 전문? 액션에 도전하고 싶어”

2013-10-23 15:11

[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손은서는 악역 전문 배우’라는 소리가 믿기 힘들 만큼 실제로 만난 그녀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여배우였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와 아이 같이 뽀얀 피부, 차분한 목소리가 표독스러운 연기의 현실감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섹시하면서도 청순한 매력까지 갖춘 오묘한 얼굴은 독하디 독한 악역보다 지고지순한 사랑의 대명사 쪽에 가깝다.

지난 8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드라마 ‘그녀의 신화’(극본 김정아·연출 이승렬)에서 손은서는 운명을 바꾸기 위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부잣집 양녀로 들어가는 은경희을 연기했다. 경희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주변 사람들을 속이며 은정수(최정원)를 괴롭혀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손은서는 ‘그녀의 신화’ 이전에도 드라마 ‘욕망의 불꽃’, ‘내딸 꽃님이’, ‘메이퀸’, ‘사랑비’에서 악녀를 맡아 ‘악녀 본능’을 마음껏 발산했다. 연기 이력의 대부분을 악녀 캐릭터로 채운 기분은 어떨까?

“최근작이 정말 다 악역이에요. 처음에는 ‘악역이 나와 잘 어울려서 이런 역할을 주시는구나’ 했는데 연이어 악역을 하니 이런 이미지가 굳혀질까 봐 걱정돼요. 하지만 그동안의 역할이 그야말로 엄친딸이었다면 경희는 가난이 싫어서 점차 악역이 돼 가는 모습이 잘 표현돼 저 자신에게도 많은 기억이 남은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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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서는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가장 성장했다고 느끼는 작품으로 ‘그녀의 신화’를 꼽았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온 연기가 이번에 빛을 발한 것. ‘메이퀸’ 종영 후 혼자 만의 시간을 보낸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지나간 후 이번 작품을 만나서인지 아무래도 느낌이 남달랐어요. 임하는 자세도 더 진지해지고 감독님도 노련하셔서 긴장이 됐지만 그만큼 많이 배울 수 있었죠.”

이어 “연기에 100% 만족하는 배우는 없을 것”이라며 “연기에 최선을 다했고 늘 후회 없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이번에도 많이 부족했다고 느끼지만 열심히 했고 주변에서도 많은 분들이 수고했다고 해 주시니 ‘내가 게으르진 않았구나’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매 연기마다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악역이 또 들어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손은서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한동안 악역은 피할 것”이라고 못 박으며 “지금 내 나이대에 할 수 있는 명랑한 로맨틱이나 액션을 하고 싶다. 액션은 촬영하는 동안 분명 힘들지만 그만큼 재미있는 장르다. 처음에 등산하러 갈 때는 가기 싫다가도 정상에 오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액션 연기를 통해 땀을 빼고 나면 쾌감이 느껴진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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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서는 “10년 후에도 대중에게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면서 “캐릭터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배우의 이미지가 결정되는 것 같다. 같은 30대 후반이어도 누구는 한 아이의 엄마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아직 연애할 수도 있는 여자일 수 있다. 나이가 있어도 오연수 선배님처럼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드라마를 하고 싶다. 배우 생활을 계속 하고 싶다”고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저 ‘예쁜 배우’로만 생각했던 손은서는 외모와 달리 솔직한 성격에 밝은 웃음까지 건강한 매력을 가진 배우였다. 아직 보여 주고 싶은 것이 많다는 그가 이번에는 악녀 옷을 벗고 어떤 새로운 역할의 옷을 입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