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m 앞차 번호판도 안보여"…중국 동북지역 '악마 스모그'

2013-10-23 14:23
창춘시, 초미세먼지 지수 최고 단계 넘어

사진/신화사
사진/신화사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 동북지역이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사상 최악의 스모그가 이어지고 있다.

헤이룽장(黑龍江)성, 지린(吉林)성, 랴오닝(遼寧)성 등 동북 3성에 지난 20일부터 스모그가 발생하면서 공항과 고속도로가 전면 통제되고, 학교가 휴교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신화사가 23일 전했다.

헤이룽장성은 21~22일 성(省)내 고속도로 전체 구간의 차량 통행이 중단됐다. 하얼빈국제공항도 폐쇄돼 항공기 운항이 완전히 끊겼다. 하얼빈시는 22일에도 가시거리가 20m에 불과해 시내버스 노선 일부가 운행을 중단했고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휴교 조치가 이틀째 계속됐다.

헤이룽장성의 다칭(大慶), 자무쓰(佳木斯), 이춘(伊春) 등 다른 도시에서도 스모그로 인해 도시 기능이 거의 마비됐다. 하얼빈국제공항은 23일 오전에야 국제선을 포함한 여객기 운항이 부분적으로 재개됐다.

헤이룽장성과 인접 지린성에서도 주요 도시에서 최악의 스모그가 발생, 휴교령이 확산하고 있다. 지린성 지린(吉林)시가 22일 시내 초등학교, 중학교를 휴교 조치한 데 이어 창춘(長春)시도 23일 휴교령을 내렸다. 창춘시는 22일 2.5㎛ 이하 초미세먼지(PM 2.5) 지수가 대기오염경보 최고 단계인 500을 넘었다.

창춘의 한 택시기사는 “가시거리가 5m도 안 돼 앞차의 번호판이 보이지 않는 상태”라며 “낮에도 모든 차량이 전조등을 켠 채 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춘국제공항도 22일 수십편의 항공기가 무더기 연착 사태를 빚었다. 동북지역에 심한 스모그가 지속되면서 각 병원에는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린대학 부속병원 관계자는 “스모그에 포함된 초미세먼지와 각종 미생물, 세균이 쉽게 호흡기에 들어가 천식, 폐렴 등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외출 시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당부했다.

스모그의 원인으로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헤이룽장성 환경보호청 관계자는 “하얼빈의 경우 지난 몇 년간 대기질 측정 기록을 보면 원래 난방 공급 시작 직후는 대기질이 가장 나쁜 시기가 아니고 오히려 하늘이 높고 상쾌한 날씨였다”면서 “이번 스모그는 최근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면서 대기 순환이 이뤄지지 않는 역전층이 형성된 것이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바람이 불지 않는 날씨에 일교차가 커져 넓은 지역에 짙은 안개가 형성됐고 난방이 시작되면서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대형 보일러들의 오염물질 배출이 맞물렸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 가을에 예년보다 비가 적게 내리면서 농경지가 많은 동북지역에서 각종 농작물의 수확을 마치고 남은 짚이나 줄기 등 부산물을 태우는 행위가 크게 늘어난 점도 스모그 발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