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동양증권 회사채 문제 알고도 무시"

2013-10-17 17:22

아주경제 유희석·장기영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가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국정감사에 돌입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동양증권에서 계열사 회사채를 파는 데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를 무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동양그룹 사태 발생에 대한 금융당국 책임을 일부 인정했지만,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여야 의원들과 시각차를 드러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투자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표시하며 머리를 숙였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금융위 국정감사에서는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된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신 위원장은 이날 동양그룹 사태의 책임을 묻는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의 질문에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제도, 감독, 시장규율 등 3가지가 필요하다”며 “LG카드, 저축은행, LIG건설 사태 등을 보면 공통적으로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통감한다”며 “동양그룹 사태를 계기로 금융상품 발행 공시, 판매 등 금융소비자 보호에 불충분한 부분이 없었는지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신 위원장은 지난 2008년 이후 금감원이 동양증권에 대한 2차례의 종합검사를 통해 계열사 지원 목적의 증권 취득 문제를 지적했지만, 금융위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민주당 김기준 의원의 지적에도 “그런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가 지난 2011년 11월 동양증권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해 동양증권이 계열사인 ㈜동양 회사채를 판매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한 사실을 공개했다.

예보는 당시 동양증권과 투자자간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해 투자자들의 소송 가능성이 우려되며, 동양증권에 대해 계열사 채권 비중을 줄이는 것이 좋다는 점을 밝혔다.

예보는 이 같은 내용의 검사 결과를 지난해 2월 22일 금감원에 제출하면서 최종검사서에 반영해 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했다.

또 동양증권에 투자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는 등 투자자 보호 노력에 만전을 기하고, 계열사 회사채를 축소할 것을 요구했다.

강 의원은 “(예보의 감사결과 제출 이후) 금감원은 동양증권에 금감원과 맺은 양해각서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동양증권)이사회의 불완전 판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선에서 마무리했다”며 “금융위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동양증권도 (계열사 채권)모집 주선 규모 축소는 수수료, 투자자 수요, 평판리스크 악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매할 계획”이라며 “예보의 시정요구를 묵살했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이는 동양증권이 애초부터 회사채를 감축할 생각이 없었음을 반증한 것”이라며 “투자자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할 금융당국이 자신의 의무를 방기하면서 피해를 키운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금투업 규정 개정안 시행 시기를 유예해 결과적으로 피해자 규모가 줄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해 여야 의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는 개정안 시행 시기가 7월 24일에서 10월 24일로 늦어져 개인투자자 피해가 늘었다는 지적에 대해 “개인투자자 피해는 2700억원 줄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기준 의원은 신 위원장은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규정 시행이 유예되는 동안 큰손들은 다 빠져나가고 아무 것도 모르는 서민들이 높은 이익을 볼 수 있다 해서 막차를 탔다 피해를 봤다”며 “금액이 줄었다는 것으로 면피하려 한다면 7월 이후 기업어음(CP)를 매입한 사람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반증인으로 출석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동양그룹 계열사 회사채와 CP에 투자했다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공식 사죄했다.

현 회장은 “동양을 믿고 투자해 준 투자자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고,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18일 금감원에 대한 정무위의 국정감사에서도 금융당국의 감독 부실 책임과 현 회장 일가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여야 의원들의 추궁이 계속될 전망이다.

금감원 국감에는 최수현 원장을 비롯한 금감원 임원진과 현 회장,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이승국 전 동양증권 사장,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 등 동양그룹 계열사 전현직 경영진이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