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볼보와 같은 운명?…둥펑기차에 매각 초읽기

2013-10-16 17:35
"1조8000억원에 지분 30%를 매입할 것"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프랑스의 글로벌 

자동차기업인 푸조씨트로엥그룹(이하 푸조)이 중국의 자동차업체인 둥펑(東風)기차에 매각될 것으로 알려졌다고 중국의 신민망이 16일 전했다. 푸조의 기술력이 뛰어난 만큼, 둥펑기차로서는 경쟁력을 대폭 업그레이드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푸조는 제품력이나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글로벌전략측면에서는 약점을 보인다는 지적을 받아왔었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현지 자동차판매량이 줄어들자, 유럽에 역량이 집중돼 있던 푸조가 직격탄을 맞았고 적자가 심화돼 왔다. 구조조정에 실패한 후, 인수자를 찾아나섰지만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결국 중국내 합작기업인 둥펑기차와 매각협상을 시작했고, 협상은 현재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신민망은 둥펑기차와 프랑스정부가 균등하게 푸조의 지분을 인수할 것으로 전했다. 각각 20%~30%의 지분을 동일하게 인수하게 되며, 인수가 완료되면 푸조는 41억달러의 자본을 수혈받게 된다. 푸조의 최대주주인 푸조가문은 보유중인 지분 25.4%를 전량 새로운 최대주주에게 넘기게 되며,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뗄 계획이다. 푸조는 최대주주의 지분과 함께 신주를 발행해 매각작업을 마무리짓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푸조 고위관계자들과 프랑스 정부관료, 프랑스 금융기관 인사들로 구성된 방문단이 중국에 들어와 있으며 협상은 속도를 내고 있다. 빠르면 이달내로 본계약에 사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중국내 매체들은 둥펑기차가 100억위안(한화 약 1조8000억원)에 푸조의 지분 30%를 매입할 것이며, 이를 위해 중국내 은행에 대출을 신청한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둥펑기차측은 "푸조그룹에 대한 조사를 이미 시작했지만 자동차제조분야, 부품제조분야, 금융분야, 운영관리, 재무분야 등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직 인수계약 초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을 나타냈다.

둥펑기차가 푸조를 인수하는 이유는 푸조의 기술력에 있다. 인수에 성공한다면 둥펑기차는 푸조의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정부가 같은 비율의 지분을 함께 인수하는 것은 기술먹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때문에 둥펑기차는 플랫폼이나 샤시 공동설계작업에 참여하는 식으로 기술습득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푸조브랜드를 이용해 중국내 매출확대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69년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설립된 국영기업 둥펑은 중국 2위의 자동차메이커다. 현재 승용차 부문에서 우리나라의 기아차, 푸조, 닛산, 혼다와 합작관계를 맺고있다. 푸조와는 지난 1992년 우한에 합작사를 세워 시트로앵 C5 모델 등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내에서 3곳의 푸조와의 합작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푸조는 올 상반기 매출이 3.8% 감소한 277억유로를 기록했으며, 6500만유로의 적자를 냈다. 자동차분야에서의 적자액은 무려 5억유로에 달했다. 판매량 역시 9.8%감소한 146만대에 그쳤다. 지난해 순손실은 무려 50억유로였다. 이에 따라 프랑스 현지공장 폐쇄, 감원 등 구조조정을 추진했지만 프랑스 정치권의 반발로 무산됐으며, 결국 중국의 둥펑기차에 매각되는 운명을 걷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