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준환 감독 "여진구 아니면 '화이' 캐릭터 소화 불가"

2013-10-14 11:01
"아내 문소리와 결혼 매우 행복… 부러우면 지는 것"

[사진=이형석 기자]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장준환(43) 감독이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로 돌아왔다. 지난 2003년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통해 첫 장편 데뷔 이후 10년만이다.

화이는 5명의 범죄자 아버지들 석태(김윤석), 운전전문 말더듬이 기태(조진웅), 이성적이고 치밀한 설계자 진성(장현성), 냉혈한 행동파 동범(김성균), 총기전문 저격수 범수(박해준)가 자신들이 키운 아들 화이(여진구)를 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범죄 현장으로 데려가면서 벌어진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장준환 감독의 감각적인 영상과 탄탄한 스토리, 치밀한 미장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지난 7일 인터뷰를 위해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장준환 감독에게 '10년의 공백'에 대해 물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에요. 그동안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해왔죠. 지구를 지켜라보다 좀 더 진취적인 영화를 만들려고요. 감독들은 관객들께서 즐기는 2시간을 만들기 위해 적게는 2년, 길게는 4~5년은 투자를 하죠. 이번에는 가볍고 상업적이며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사진=이형석 기자]
그렇게 10년을 준비해 만난 연기자가 아역 출신의 여진구다. 그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제가 아니라 다른 누구든 여진구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을 것"이라며 "워낙 많은 작품을 한 경력자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순수했고 캐릭터에 접근하는데 있어 진심을 갖고 있었다. 김윤석 등 좋은 선배들을 만난 것 역시 여진구한테는 큰 경험이고 복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어리니까 더욱 더 클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라고 극찬했다.

"화이라는 깊은 캐릭터를 여진구 외에 그 나이 또래의 누가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장 감독은 "성인 연기자들에게도 굉장히 어려운 캐릭터다. 잘 견뎌내고 해준 게 대견하고, 한편으로는 어린 연기자가 강한 역할을 맡아 마음에 상처나 흉터가 생기지 않을까 했는데 건강한 친구인 것 같다. 여진구를 만난 것은 최고의 행운"이라고 부연했다.

◆ 아내 문소리, 같은 업계 일을 하다보니…

영화 이야기에 흠뻑 취하다 문득 장준환 감독의 아내 배우 문소리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났다. 연기자끼리 만난 것도, 감독끼리 만난 것도 아닌, 감독과 배우로 만났을 때는 어떤 조언이 오고 갈까?

[사진=이형석 기자]
그는 "가끔 제 작업에 대해 심적으로 응원해주고 구체적으로 조언을 해주기는 하지만 토론하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저에게는 정말 가까운 가족이니까. 아기와 생활에 대한 얘기를 하는게 더 많을 수밖에 없다"는 장준환 감독은 "서로 새로 받은 시나리오에 대해 모니터 차원에서 조언을 해주는 정도지 적극적으로 회의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아내의 조언이었다"고 회상했다.

장 감독은 "영화사에서 시나리오를 받아 읽고 방에 놔뒀다. 그리고 집 앞 마당에서 세차를 하고 있는데 다가와 '시나리오 읽어봤는데 굉장히 상업적인 영화다. 재밌다. 시나리오가 재밌게 읽히고 관객들에게 잘 다가갈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렇지'라고 되물으며 얼마나 이 작품의 깊이를 담을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장준환 감독의 아내사랑이 이어졌다.

"제 아내는요. 참 성격이 좋아요. 정말 너무나 감사하고 좋지요. 결혼 잘했구나 싶어요. 사실 어렸을 때는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요.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만나 아이도 낳고 좋은데. 사실 감독이라는 직업도 그렇고 여배우라는 직업도 그렇잖아요. 일(시나리오 작업 및 촬영 등)이 진행되고 있을 때 많은 것들(외박, 술자리 등)이 일의 일부이고 그 모든 것들이 모아져야 어떤 결과물(작품)이 나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내가 그런 부분을 잘 이해해줘 편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부러우면 지는 겁니다."(웃음)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