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기인식 여전히 긍정적…"성장 속도는 다소 둔화"
2013-10-10 16:55
아주경제 이수경·박선미 기자=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대 후반으로 낮췄다. 성장 속도가 다소 느려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대외여건의 영향이 큰 데다 조정 규모가 소폭이라는 점에서 한은의 낙관적 경기인식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성장률 하향 '대외 불안' 탓
10일 한은은 ‘2013~14년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8%, 내년은 3.8%로 발표했다. 올해 성장률은 지난 7월 전망치와 동일하지만 내년 성장률은 종전 4.0%에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당초 시장의 예상대로였다. 양적완화 축소 연기, 예산안을 둘러싸고 진행중인 셧다운(부분 업무정지)과 부채한도 협상 실패 시 우려되는 디폴트(채무 불이행) 등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신흥국의 경기 둔화 우려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세계경제의 움직임에 민감하다"고 말했고, 신 운 조사국장 또한 △신흥국의 성장세 둔화 △중동지역의 정정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을 성장률 하향조정의 근거로 꼽았다.
IMF(국제통화기금)가 우리나라 성장률을 0.2%포인트 낮춘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현재 한은의 전망치는 IMF(3.6%)와 정부(3.9%) 전망치 사이에 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우리 경제는 지난해 하반기에 바닥을 통과해서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올해 하반기의 성장속도가 내년에도 이어진다면 3.8%라는 수치는 달성 가능한 숫자”라고 말했다.
◆ 성장 속도 '주춤'…경기인식 동일
세부 전망치는 대부분 낮아졌다. 경상수지 흑자폭도 올해 630억 달러에서 내년 450억 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봤으며, 수출입 전망치는 각각 7.2%와 6.9%로 이전 전망치보다 0.8%포인트와 0.9%포인트 내려잡았다.
민간소비는 연 3.5%에서 3.3%로, 설비투자는 7.0%에서 5.7%로 하향조정했다. 건설투자 역시 2.0%에서 1.7%로 수정했다.
하지만 한은은 이것이 대외 요인으로 인한 성장속도의 둔화를 의미하는 것일 뿐 지난 7월 전망과는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총재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거론하며 “우리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은은 내년에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수출에 비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에 발표된 내년 성장률은 지난 4월 발표했던 전망치와 동일하다. 석 달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정성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3.8%라는 성장전망 수치를 두고 통화당국의 국내 경기 인식에 특별한 변화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예산안 심사를 앞둔 상황에서 한은이 전망치를 내리면서 세수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내수기여도가 확대될 것이므로 이는 '기우'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경제 회복 경로는 종전과 같지만 일부 실물지표와 대외요인을 반영하면서 한은이 성장률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령화와 청년실업, 신성장동력 확보 등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종합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은 금통위는 이달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로 동결하며 5개월째 제자리에 묶었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고 경제 회복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내년 중·후반경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