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금융감독원이 4년 전부터 동양증권 기업어음(CP) 문제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을 금융위원회에 건의하는 등 동양 사태에 늑장 대응한 사실이 드러났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기식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과 동양증권은 지난 2009년 5월 동양증권의 계열사 CP 보유규모 감축 및 투자자 보호 조치 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는 2008년 10월16일 기준 7265억원 상당이던 계열사 CP 잔액을 2011년 말까지 4765억원으로, 2500억원 감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동양증권은 3개월마다 CP감축 이행 현황을 금감원에 보고하도록 돼 있었다. 즉, 금감원이 동양증권의 CP 보유규모에 이상이 있고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양증권은 2010년 말까지 보유 CP 1522억원어치를 감축해 그 시점까지 목표 감축액이었던 1500억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2011년 3월 말부터 감축 정도가 현저히 둔화됐고, 추가 감축액은 1억원에 불과했다.

2011년 6월 말에는 오히려 계열사 CP 보유액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고, 이에 금감원은 동양증권에 미이행 사유서와 이행계획서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동양증권은 이행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당초 체결한 MOU상의 감축액보다 1000억원가량 줄여 2011년말까지 1500억을 감축하는 감축계획 수정안을 2011년 9월23일 제출했다.

이후 동양증권은 MOU를 계속 이행하지 않았고, 2011년 말 수정제시한 목표감축액 1500억원마저 이행하지 않았다. 결국 감축액은 129억원에 그쳤던 것.

하지만 금감원은 동양증권에 대해 MOU 이행을 두 차례 촉구하는 것 외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지난해 7월에서야 금감원은 동양증권에 세 번째로 MOU 이행을 촉구했으며, 금융위에 금투업 규정 개정을 건의했다.

김 의원은 “동양증권의 MOU 미이행에 대해 금감원은 아무런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고, 금투업 규정 개정 건의 또한 1년 이상 뒤늦게 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양 사태가 이토록 심각하진 데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늑장대응, 부실감독 책임이 크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감독당국의 책임을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