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TV> '라디오스타' 왜 맛 변한 레스토랑 됐을까?
2013-10-10 08:57
라디오스타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
9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연출 전성호)는 강추 특집으로 꾸며져 MC들이 추천한 김수용, 봉만대 감독, 슈퍼주니어 려욱, 김예림이 출연했다.
이날 단연 돋보이는 게스트는 봉만대였다. 봉만대는 김구라를 향한 폭로뿐 아니라 에로영화 제작에 관한 에피소드, MC 대역까지 맡으며 70분 동안 풀코스처럼 가득 찬 개그로 시청자들을 '빵빵' 웃겼다.
특히 봉만대 감독은 자신과 성이 같은 봉준호 감독을 언급하며 "봉준호 감독의 작품 '설국열차'를 패러디한 '떡국열차'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며 자신과 봉준호 감독을 '봉봉 브라더스'로 엮었다. 이어 "'떡국열차'는 영화 속에서 계속 누군가 떡을 써는 설정이다. 뒤쪽 칸에서는 배가 고파 '떡을 달라'며 아우성친다"고 구체적인 설정까지 설명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11시 30분, 실컷 웃었다고 생각하고 리모컨을 내려놓았는데 2% 부족한 맛에 왠지 모를 허전함이 느껴진다. 왜일까?
그동안 라디오스타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은 MC들이 외치는 "고품격 음악 방송 들리는 TV 라디오~스타"와 게스트의 "어떻게 아셨어요?"일 것이다. 게스트들은 "이거 나만 아는 이야기인데?", "아는 사람이 몇 명 없다"며 놀라지만 MC들은 천연덕스럽게 "다 아는 수가 있다"며 대답을 독촉한다. 허를 찌르는 돌직구 질문과 기다렸다는 듯이 뒤따르는 독설은 게스트는 당황하게, 시청자는 즐겁게 한다.
'해피투게더'나 '화신' 등 기존 토크쇼가 게스트들의 에피소드 위주로 진행했다면 라디오스타는 철저히 MC 위주의 진행을 한다. 이는 일반인 송호준이 오나 '국민엄마' 김해숙이 오나 마찬가지다. 시청자들은 다른 토크쇼에서는 들을 수 없는 질문, 게스트들을 혼미하게 만드는 독설에 환호했다.
하지만 최근 제작진의 전면교체와 맞물려 라디오스타는 지금껏 가지고 있던 맛을 잃고 변질돼가고 있다. 게스트에 집중하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봐온 보편적인 토크쇼로 변해가는 것.
이날 방송된 '강추특집'은 특히 더했다. MC들은 게스트를 추천한다는 이름 아래 자신의 소속사 식구나 지인을 챙기는 느낌이 역력했다. 김구라-봉만대를 제외하고는 김국진-김수용, 윤종신-김예림, 슈퍼주니어 규현-려욱은 누구나 예상 가능한 게스트였다. 특히 윤종신의 경우 타 프로그램에서 이미 김예림 홍보에 열을 올린데 이어 이날 방송분에서도 김예림의 'All Right'의 탄생 비화를 소개하는 등 수차례 'All Right'을 외쳐대 시청자들에게 웃음 대신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순식간에 생겼다가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치열한 예능계에서 라디오스타가 8년이란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것은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느낄 수 없는 라디오스타만의 색깔과 맛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용해온 레스토랑의 맛이 변하면 손님들이 떠나듯 재미있게 본 예능프로그램의 웃음코드가 사라진다면 시청자들은 리모컨을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을까? 라디오스타가 게스트의 에피소드보다는 MC들의 독설을 갈고 닦을 때이다.